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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그리실에서의 묵정이<이동희>
풍향계-그리실에서의 묵정이<이동희>
  • 이동희
  • 승인 2017.10.2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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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가을의 황금(黃金) 들녘은 요즘 한창 곡식 수확으로 들썩인다. 트랙터로 벼를 수확하고 경운기로 각종 농작물을 실어 나르느라 농기계소리가 들녘을 합창 한다.

달포만 지나면 황금 들녘은 서서히 훤해지고 겨울 채비로 편안한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산에는 붉은 단풍으로 단풍보다 더욱 고운 옷은 입은 등산객들로 멋진 가을 산의 장관에 일조하며 금상첨화(錦上添花)의 가을을 만들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 한참 풍년(豊年) 잔치를 하며 지자체마다 각종 행사로 풍악소리가 울리고 작은 시골마을까지도 마을 잔치와 동문간의 체육 한마당 잔치로 한반도에 즐거운 소리가 넘치고 있다.

들녘의 가을걷이, 가을산의 단풍과 바람 그리고 사람의 웃음소리 등이 가을을 풍성하고 행복 가득한 계절로 만들어 준다. 더불어 시골마을에서 어우러지는 이웃사촌간의 정겨운 마을잔치소리는 더욱 풍성한 한반도의 가을을 달구는 정겨운 소리이다.

우리인생에 사람이 중심이다 라는 말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현직 대통령께서도 사람이 중심이다 라며 나라의 국정을 사람중심으로 이끌려 노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웃 간에도 사람중심으로 생각하면 좋은 마음가짐이고 평안한 사람사이가 만들어진다. 어우러지는 삶, 공감하고 소통하는 삶이 사람 중심의 인간살이이지 않나 싶다.

사람사이에서 최고의 사람으로 오래된 친구를 우리는 꼽는다. 우리의 아름다운 말 중에 묵정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 혹은 그런 사회 그런 국가가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장년 이후인 베이비부머세대 이전 출생은 대부분이 시골출신 이며 특히 농촌이 대부분이다. 예전에 시골에서는 마루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지나가는 이웃이나 길손이 있으면 들어오라고 손짓하며 말을 붙이기도 하였다. 이웃 가족도 옆집을 내 집처럼 드나들며 뜰팡이 닿도록 왔다 갔다 하는 그런 시대를 살았다.

오랫동안 이웃과 살다보니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좋다는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나 싶다. 오랫동안 자주 보는 이가 친해지고 편하며 최고의 친구로 거듭나는 것이다. 기왕이면 오래되어 잘 익은 맛있는 묵정이 같은 사람사이를 만들고 행복한 이웃사회를 형성하는 것이 우리의 행복이다. 따라서 오늘은 묵정이라는 고어에 대하여 생각해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묵정이란 무슨 뜻일까? 묵정이는 단순히 묵어서 오래된 물건을 나타내는 명사로 우리의 아름다운 고어이다. 오래묵다라는 말은 주변에서 익히 들어 잘 알고 있고 묵이는 오래 묵은 일이나 물건이고 묵정이는 오랫동안 묵은 물건만을 지칭한다. 전에 시골에서 묵정밭(묵밭)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이는 오랫동안 경작하지 않고 방치해 두어 거칠어진 땅을 의미한다.

더불어 새해의 새는 관형사로써 이 말의 반대 개념어로 묵은이가 떠오르고 이어서 묵은이 묵정이가 파생된 듯하다. 처음에는 새였던 것도 해가 묵을수록 깊고 오묘한 맛을 낸다는 묵정이가 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의 주방에서 빠질 수 없는 조미료 중에 간장 즉 조선간장이 언뜻 뇌리를 스친다. 백년 묵은 조선간장이라는 말의 의미가 어머니 고향의 손맛이 저절로 느껴지는 묵정이가 아닌가 싶다.

사람의 삶에는 많은 인연이 있다. 인연이 되는 곳에서 고향사람 같은 묵정이 같은 친구를 만나면 매우 행복하다. 그런 이를 만나는 것은 행복한 인생일 테고 어미닭이 병아리를 품듯이 묵정이 같은 친구를 챙겨야 한다.

오랜 세월동안 강단에서 지식보다는 지혜를 가르치고 기고에서는 기억에 남는 지혜를 주는 글을 쓰고자 노력한다. 처음에는 밤새워 책도 읽고 글을 써도 채워지거나 마르지 않으며 영원히 고여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세월은 많은 것을 변하게 만들었고 그러면서 묵정이의 귀함을 알게 한다. 오랜 세월 삶의 배움터에서 묵정이 같은 사람을 만나 흘러가는 세월을 이겨내고 싶다. 세월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가는 것이고 익어가는 것이라 혹자는 말한다. 명언으로 시간은 가고 공은 남는다라는 말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내가 사는 충주 중원경 인근에는 온천수로 유명한 수안보가 있고 인근에 그리실이라는 전원마을이 있다.

이곳은 시대변화 따라 귀농귀촌을 한 중.장년층이 삼삼오오(三三五五)모여 형성한 행복한 전원마을로 사람끼리 부딪히며 살아간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삶이 너와 나 우리 모두가 좋은 사람으로 만나고 그런 사람으로 오랜 동안 기억되기를 바란다. 묵정이 같이 편안하고 듬직한 사람이 많은 그런 마을에서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우리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그런 동네가 우리 주변에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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