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철 기상청장

(남재철 기상청장)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의 약 80%는 태풍, 집중호우와 같은 기상현상으로 발생한다. 최근 미국에 상륙한 허리케인 하비의 시속 215km에 이르는 강풍과 1000mm 이상의 엄청난 폭우로 인해 수만 명의 이재민과 최소 230억 달러의 재산피해가 발생했고, 이는 역대 최악의 홍수로 추정되고 있다. 이어진 허리케인 어마로 인해서는 500만 명 이상이 대피하였고, 남아시아의 인도와 네팔, 방글라데시에서도 폭우로 1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오는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상으로 인한 피해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올해 가뭄과 폭염에 이은 기록적인 강수일수와 극단화된 국지성 집중호우가 발생하여 평년과는 다른 봄과 여름철을 겪었다.

이러한 기상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써 기상위성을 이용한 기상관측의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상위성은 육상과 해상의 관측 공백 지역의 관측이 가능하며, 지구 규모에서 한반도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에서 연속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전 지구 관측체계 구축에 있어, 세계기상기구(WMO)를 중심으로 위성기반관측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기상위성 운영국가들은 위성센서의 정확성과 효용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 결과 기존의 기상관측 광학센서의 성능보다 3배 이상 높은 고성능 기상센서를 탑재한 차세대 정지궤도기상위성의 개발에 이르렀다. 일본은 2014년 10월 세계 최초로 이 센서를 탑재한 히마와리 8호를 발사하여 2015년 7월부터 운영하고 있고, 미국은 2016년 11월에 GOES-16호를 발사하여 올해 11월로 예정된 정규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8년 11월에 동급의 기상센서를 탑재한 우리나라 두 번째 정지궤도기상위성 천리안위성 2A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이 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된다면 일본, 미국과 함께 나란히 차세대 정지궤도기상위성 보유국이 된다.

그렇다면 2019년 말, 천리안위성 2A호가 정식 운영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천리안위성 2A호는 기존의 천리안위성 1호보다 4배 향상된 공간 분해 능력을 가지고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를 15분 간격에서 2분 간격으로 매우 자주 관측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관측 능력을 통해 급격한 구름발달, 집중호우 등 위험기상현상의 발생, 발달, 소멸 과정을 탐지할 수 있고, 태풍의 중심위치, 이동경로, 발달과정을 보다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이것은 천리안위성 2A호와 동급 기상센서를 탑재해 현재 시험운영 중인 미국 GOES-16호 위성의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의 감시 능력을 통해 입증되었다.

이러한 위성자료는 수치예보모델에도 사용되는데, 수치예보모델 성능은 기상예보 정확도에 40% 정도로 기여하고 있다. 수치예보모델 자료동화에 사용되는 관측자료의 50%를 위성자료가 차지하고 있으므로 고품질의 천리안위성 2A호 관측자료를 활용하면 기상예보도 더 정확해질 것이다.

또 기존 위성은 황사만을 탐지할 수 있었던 것에서 천리안위성 2A호는 황사와 연무, 화산재를 구분해서 탐지할 수 있게 되어 현재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황사와 미세먼지 현상 감시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2019년 발사 예정인 환경, 해양센서를 탑재하는 천리안위성 2B호 관측자료를 융합 활용하여 황사 고도와 양 등의 보다 다양하고 정확한 환경기상 정보를 생산하여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천리안위성 2A호가 국경을 뛰어 넘어 위험기상현상을 감시하고 고품질의 기상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여 전 세계적으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상에 의한 재해를 경감시키는데 활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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