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겠지만 아날로그 세대에선 담력과 견문을 넓히고, 젊은 시절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여비 없이 떠나는 무전(無錢)여행이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선 크게 유행했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지 않고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게 된 오늘날엔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심약한 젊은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일부 대학생들의 경우 부모가 수강신청과 등·하교를 해주는가 하면 직장생활이 힘들거나 상사에게 꾸지람을 들은 신입사원의 부모가 회사를 찾아가 항의하는 등 상식 밖의 일들이 주변에서 종종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부모의 과잉보호로 인한 폐단인 동시에 사회에 자립하지 못하고 어른이길 거부하는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청주대 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이던 정기건 씨는 인생의 목표를 찾기 위해 미국 서부 25개의 국유림과 7개의 국립공원 등 총 4279km 거리에 달하는 퍼시픽 크페스트 트레일(PCT)에 도전해 6개월 만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3월 5일 멕시코 접경지대인 샌디에이고 캠포(Campo)를 시작으로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주를 거쳐 지난 9월 22일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매닝공원까지 종주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특히 PCT 참가비용을 모으기 위해 6개월간 화장품공장과 공사현장, 전기설비일 등으로 800만원을 모아 종주계획을 직접 세운 것으로 알려져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PCT는 미국 3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로 악명 높은 곳으로 종주 중 수많은 고비와 맞닥뜨려야만 했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는 일은 다반사였고 보급도 스스로 해결해야 했으며 시에라 산맥을 넘을 때 5~6m의 폭설로 GPS가 고장 나면서 사흘간 길을 잃기도 했다. 또 사막 구간에선 방울뱀과 여러 번 마주쳤고 산불과 설사병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 생존을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고 한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생사를 넘나드는 험난한 도전에 성공하면서 더 큰 인생의 목표를 정할 수 있었다는 정 씨의 이야기처럼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고 인생의 고비를 의연히 넘길 수 있는 씩씩한 청년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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