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표 충북대 총장이 국정감사장에서 사과 의사를 표명했다.

윤 총장은 국감장에서 충북대병원 충주분원 건립 입장을 묻는 한 지자체장 출마예정자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답변한 내용의 의도를 묻는 국회의원 요구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발단은 윤 총장이 지난 달 민주당 소속으로 제천시장 직에 출사표를 던진 한 출마예정자가 보낸 충북대병원 충주분원 건립에 대한 질의 문자메시지 답변 내용이 공개돼 문제가 됐다.

윤 총장은 당시 답변 문자메시지를 통해 “충주의 병원 분원 건은 충주시장과 이종배 국회의원의 강력한 요구로 병원장이 형식적인 MOU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충북대와는 전혀 무관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이 답변한 문자메시지 내용은 해당 출마예정자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윤 총장 문자메시지를 받은 해당 출마예정자는 충북대병원 충주 분원 건립이 마치 무산될 것처럼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에 알렸고, 제천 유치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고위 공직자가 보낸 문자메시지 한 통 때문에 제천지역과 시민들에게 상처를 준 꼴이 돼 버렸다. 현재는 해프닝 정도로 치부되고 있지만, 국감장에서 사과와 유감을 표명한 윤 총장이 과연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몰랐겠느냐가 이번 사태를 가름하는 쟁점이다.

윤 총장이 ‘충북대와는 전혀 무관한 사항’이라고 밝힌 내용은 결국 맞는 말이었다.

그 이유는 대학과 병원은 법인이 각각 분리돼 있어 병원 운영에 관한 모든 사항은 병원장이 전권을 갖고 있다.

그러니 윤 총장의 ‘대학과 무관한 사항’이라는 답변 내용은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충주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을 직접 거론하며 ‘강력한 요구’와 ‘형식적인 MOU 진행’ 등을 운운하는 내용은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위 공직자 언행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모름지기 고위 공직자라면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도 늘 신경을 써야 한다.

누구나 오르지 못할 자리를 꿰찰 정도라면 나름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대학 총장 자리는 아무나 갈 수 없는 자리다.

의도적으로 문자메시지가 공개되고 특정 목적으로 이용된 것에 대해 ‘개인적 유감’과 ‘죄송하다’는 답변으로 국감에서 예봉을 피했지만, 오해 소지를 없애는 문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윤 총장이 국감장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와 유감을 표하는 모습을 본 대학 구성원들의 심정은 씁쓸 했을 것이다.

윤 총장의 사과와 유감 표명은 그만큼 고위 공직자 언행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본다.

윤 총장은 지난해 한국교통대 증평캠퍼스 특정학과 존치여부를 둘러싸고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었다. 당시에도 양 대학 구성원간 의견 조율 없이 충북대와 윤 총장이 독자적으로 행한 여러 일들로 인해 한국교통대 구성원들에게 많은 상처를 남겨 아직까지 지역사회에 회자되고 있다. 차제에 윤 총장이 설화(舌禍)를 거울삼아 충북대병원 충주분원 건립에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충주시민들이 가져도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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