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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공유지의 비극과 기후협약<홍연기>
풍향계-공유지의 비극과 기후협약<홍연기>
  • 홍연기
  • 승인 2017.10.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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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기 논설위원 / 한국교통대 교수

(홍연기 논설위원 / 한국교통대 교수) 지난 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는 서울시가 교육청과 함께 제작한 ‘사회적 경제’ 교과서 문제로 뜨거웠었다. 질의에 나선 한 의원은 ‘사회적 경제’ 교과서에 삽입된 만화에서 주인공의 표정이 자유 시장 경제를 표현할 때는 어둡고 사회적 경제를 묘사할 때는 표정이 밝았다고 하면서 이는 자유 시장 경제를 악으로 사회적 경제는 선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문제가 된 서울시의 ‘사회적 경제’에서 다룬 내용은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에 관한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개인과 공공의 이익이 서로 맞지 않을 때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한 결과 개인 모두가 파국에 이른다는 이론으로 미국 생물학자 하딘(G. J. Hardin)이 1968년 과학 잡지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한 이론이다. 즉 공동의 자원을 단지 시장의 자율에만 맡기게 되면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경제 생태계가 망해버린다는 것이다.

가령 양을 키우는 마을에 누구나 양에게 풀을 먹일 수 있는 목초지가 있다고 하자. 목초지는 누구의 땅도 아닌 마을 전체의 공유지이기 때문에 목동들은 아무 제한 없이 목초를 먹일 수 있다. 목동들은 목초지에서 풀이 없어지기 전에 자기가 소유한 양떼들에게 풀을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할 것이고 그 결과 목초지는 황폐화되어 마을에 있는 목동들 모두 망해버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공유지의 비극이다.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유지를 사유화하거나 국가가 개입하여 공유지 활용을 제한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영국에서는 농지를 목초지로 만드는 과정에서 이를 사유화하도록 하여 목초지의 소유주를 구분시켰는데 이를 엔클로저 운동(enclosure movement)라고 한다. 말 그대로 목초지에 울타리(enclosure)를 쳐서 소유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엔클로저 운동으로 목초지에 평화가 오기는커녕 소수의 지주들만 더 부유해지고 힘없는 농민들만 도시 빈민으로 유입되는 비극을 초래하였다.

또 다른 방법은 국가가 법률로 개입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일정 양 이상의 목초를 먹일 수 없도록 법률로 규제하는 것이다. 목동들은 국가 기관의 규제를 따를 수밖에 없지만 규제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감시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등 행정력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제3세계에서는 공유자원인 산림을 관리하기 위해 이를 국유화하고 산림 이용에 관한 상세한 규제를 적용한 바 있다. 그러나 규제를 적용하기 위한 충분한 행정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뿐 아니라 행정인력의 저임금에 따른 뇌물 수수 등으로 인해 산림의 파괴만 가속화된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해법으로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것이 오스트롬(E. Ostrom)교수가 제안한 ‘공동체의 합의’이다. 오스트롬 교수는 제도 경제학의 대가로서 공공자원 활용에 대한 문제는 중앙 정부의 통제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있는 지역 커뮤니티에서의 합의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더욱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녀는 이 업적으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참고로 오스트롬 교수가 주장하는 것은 공유지의 공동 소유가 아니며 구성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합의가 공유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요약하면 공유지의 비극이란 통제되지 않은 공공자원은 붕괴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력한 것은 신뢰를 기초한 사회적 합의라는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이 적용되는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가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이다. 지난 6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이 미국에 불이익이 된다는 이유로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였다. 기후변화협약은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처음 채택된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세계 각국들의 자발적인 협약이다. 협약에서는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으로 인한 생태계와 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들에 대한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리우 협약은 이후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기후협약으로 발전되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는 협약에 따른 강제적 이행까지 약속하고 있다.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기후협약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국가별 자국 이기주의로 인해 지구라는 공공자원을 통제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지구 전체를 규제할 초국가적인 기구가 있지 않는 한 기후변화는 국가 간의 자발적 협약 이행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과거 공유지의 비극은 목초지의 상실로 그쳤지만 지금의 기후협약 불이행은 인류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분명한 것은 목초지는 빠른 시간 내에 복원할 수 있지만 지구를 복원하는 데에는 너무나 많은 희생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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