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축제다. 축제를 치르지 않으면 무능 단체장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모든 지자체가 축제 치르느라 난리다. 대한민국이 축제공화국이라 불려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올가을 충북만 하더라도 제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 보은대추축제, 청주공예비엔날레, 음성 인삼축제, 괴산고추축제, 증평인삼골축제, 영동포도축제 등등 이루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축제가 열렸다. 또 지금 시간에도 지역 어딘 가엔 축제가 열리고 있거나 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곳도 있을 것이다.

축제가 끝난 뒤 발표된 성과를 보면 나름 소중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판을 벌려 놓고 지역 농특산물을 판매하니 농가소득도 올리고, 외지인에게 지역도 알릴 수 있어 좋다. 관람객들은 또 이런저런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행사 등을 통해 하루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

축제 성과는 뭐니 뭐니 해도 관람객이 얼마냐에 따라 좌우된다. 행사 내용이 아무리 알차더라도 사람이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다. 우선 많은 사람이 북적거려야 성공한 축제 평가를 받고 그래야만 고생하며 준비한 축제의 의미와 가치를 살릴 수 있어서다. 다만 아쉽다면 농특산물 판매에만 의존하는 축제의 생명력이다. 물론 관람객들이 농산물을 사 농가수익을 올려주고 관람객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다는 긍정적 측면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단순히 농산물 판매 축제로만 간다면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4차 산업과 멀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걸린다.

증기기관 발명이 1차 산업혁명이라면 2차는 전기와 자동차 개발, 3차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이끈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로봇,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바이오기술과 경제·사회 전반이 결합해 초연결·초지능 사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결국은 지역 축제도 단순히 먹고 마시고, 농산물 판매에 만족하는 것에서 벗어나 4차 산업과 연계한 미래지향적인 축제로 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제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에 거는 기대는 사뭇 다르다. 지난 9월22일부터 22일간 열린 이 한방바이오엑스포는 110만 명이 다녀가 당초 목표 80만 명을 크게 웃돌았다. 관람객 수만 따져도 ‘대박’이다. 특히 추석 다음날인 지난 5일 하룻동안엔 13만164명이 입장, 제천시 전체인구(13만7000명)와 맞먹는 관람객이 다녀갔다. 한방바이오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기업과 바이어도 당초 목표보다 많은 253개사, 3561명이 참가해 232억원 어치를 수출계약해 역시 당초 목표(230억원)를 앞질렀다. 해외 28개국 311명의 바이어가 수출상담과 계약을 하며 체험장 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보인 것도 자랑이다.

제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의 가장 큰 성과는 대한민국 한방바이오·천연물 산업을 선도하고 한방바이오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 한방바이오산업이 4차 산업으로서의 가치와 국가 신성장 동력산업으로서의 역할을 입증한 것이다.

특히 B2B(기업간 거래) 중심의 산업엑스포를 추진했음에도 110만 명이라는 관람객을 통해 대한민국의 천연물산업 메카도시로 도약한 것은 세계 1000조 시장의 중심도시로 우뚝 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제천한방바이오산업의 앞길이 평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엑스포가 2010년에 이어 7년만에 열릴 만큼 부정기적인 행사여서 기업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고, 매년 개최하는 한방바이오박람회도 단순 문화체험축제가 아닌 B2B가 강화된 행사로 추진돼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또 엑스포 준비중 산업단지 일부가 분양돼 행사면적이 축소되면서 전체 계획이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것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방엑스포 공원을 마련해 장기적이고도 효율적 이용방안을 강구해야만 한다. 조선시대 3대 약령시로 명성이 자자했던 제천은 강원, 경북, 충청도 일원에서 생산되는 약재 집산지다. 2005년 약초웰빙특구로 지정된 후엔 전통한방산업과 바이오산업을 융·복합한 한방바이오산업 중심지로 우뚝 섰다.

인간은 건강한 삶을 원한다. 한약, 전통의약 등 전통의 한방자원 만으로는 미래성장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제천의 특화분야인 ‘한방치유’와 충북의 강점인 ‘바이오 과학’의 창조적 융합가치를 개발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110만 관람객이 보내준 성원에 보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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