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논설위원 / 신성대 교수

(신기원 논설위원 / 신성대 교수) 우리는 왜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을 싫어할까. 특히 나의 잘못이나 부족한 점 또는 서툰 점에 대하여 지적을 하면 그것이 좋은 의미든 아니든 간에 또 사실이냐 아니냐를 불문하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위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남의 말을 듣는 것을 싫어하는 것일까.

아마 그것은 무엇보다도 자존심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존심을 건드리면 발끈하게 되어 있다. 주변을 둘러봐도 자존심이 센 사람은 대체로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존신이 센 사람들은 자아의식이 강하거나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 아는 것이 많거나 대중들의 인기가 높은 사람들은 본인이 잘났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들은 자존심이 세고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고 언론의 영향력이 막강해져서 이들의 행태가 다소 주춤하는 것 같지만 겪어보면 실상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남의 말을 듣기 어려운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우리들의 말하는 태도에 달려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잘못한 일이 있을 때 충고를 한답시고 한마디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당사자에게는 그것이 때때로 비난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단은 이때 벌어진다. 나는 상대방에게 잘되라고 한마디 했는데 상대방은 도리어 화를 낸다. 가기 막힐 일이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의 태도나 표정, 억양을 살펴보면 원인을 알 수 있다. 또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떤 자세를 취하는가도 중요하다.

사실 우리사회는 잘못된 것을 제대로 비판하고 그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할 경우 이를 기꺼이 수용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못하다. 학교교육도 이를 올바로 가르치지 못했다. 교직 자체에도 권위주의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 횡횡하는데 다양성이 강조되고 창조성이 나올 수가 있겠는가.

비판이란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비판은 당연하다. 하지만 비판은 종합적으로 상황을 파악해서 인과관계를 명백하게 따지는 과학적 사고방식이 선행되어야 빛을 발한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저 본인의 감정에 휘둘려서 생각나는 대로 심정을 토로한다거나 조작된 정보를 가지고 사실인양 속아서 열변을 토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을 뿐이다. 또 비판을 할 때는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는 요령도 필요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는 하지만 감정의 동물이다. 지나치게 상대방을 몰아붙이거나 면박을 주는 방식은 그것이 아무리 객관적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이 수긍하기 어렵다. 오히려 반발과 불만을 가져올 뿐이다. 말에도 온기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비수 같은 한마디라도 거기서 따뜻함을 느끼면 상대방은 상처받지만 치유될 수 있다. 하지만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서 나쁘게 말하는 비난성 발언은 상대방을 해치거나 척지게 할 뿐이다.

건전한 비판은 발전을 위해서도 수용되어야 한다. 우리사회는 상대방의 말을 새겨듣는데 익숙하지 않다. 이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세대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집단적인 현상이다. 사회에 솔선수범하는 어른이 없으니 새겨들을 말도 없고 들을 자세도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과연 이런 사회현상이 바람직한 것일까. 문화란 세대를 걸쳐서 이룩되는 것인데 현재의 이런 문화풍토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작용할까. 일본의 질서의식이나 선진국의 합리적 사고방식은 어떻게 태동된 것일까.

생활하다보면 남의 말을 경청한다는 것이 심히 어렵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도 말 같은 말들이 오고가야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사실에 근거한 말을 진심을 담아서 해야 상대방도 가슴으로 느껴서 받아들일 수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에서 선조들의 지혜와 인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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