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 건설은 공공기관 채용 비리 근절부터 시작돼야 한다.

청년 실업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해가 갈수록 줄지 않는 젊은이들의 실업사태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이른바 ‘공시생’이 폭증하고 있고 공기업과 대기업 관문을 뚫기 위한 취업준비생들의 경쟁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해야하는 어려움이다.

이런 상황에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소식은 수십만 청년 실업자들에게 힘빠지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채용 비리 적발과 처벌을 정부 부처에 주문했다. 도대체 얼마나 채용비리가 심했으면 대통령까지 나섰을까.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에 따르면 2012년과 2013년 강원랜드 채용에서 120여 명이 부정하게 청탁했다.

청탁 지원자가 600명이 넘고 최종 합격자 518명 전원이 청탁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공개한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에서는 지난해 150여명 중 16명이 국가정보원·금융감독원 직원, 은행 주요고객 자녀와 친인척 중 특혜 채용됐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인사 채용에서도 면접 순위 조작 사실이 드러났으며, 금감원 역시 지난해 채용과정에서 16명의 당락이 부당하게 바뀐 사실이 감사원으로부터 적발됐다.

한국서부발전, 대한석탄공사, 한국디자인도 채용 비리 의혹이 대두됐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은 국감에서 28개 기관 가운데 25곳에서 채용비리가 있었으며 18개 기관은 최소 805명을 부정 채용했다 적발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채용 비리가 없는 공공기관 찾는 것이 오히려 빠를 수 있어 보일 정도다.

이제라도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정부는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이를 뿌리뽑지 않는다면 지금도 캄캄한 방에서 자신과 싸우며 취업 준비를 하는 수십만 명의 청년들에게 희망의 불씨마저 꺼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

비리 연루자는 직급이나 보직과 관계없이 그 업무에서 즉시 배제시키고 중징계하며 비리로 채용된 사람은 퇴출시켜야 한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채용 비리부터 근절시키는 것이 또다른 첫걸음이다.

정부는 330개 공공기관을 포함해 149개 지방공공기관, 1089개 공직 유관단체를 채용비리 조사 대상으로 삼고 비리연루 사실이 드러난 당사자를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기대해 본다.

한국사회가 인맥의 구조가 탄탄하고 오랜 관행처럼 굳어져온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로인해 다른 누군가 선의의 피해를 입는다면 과감히 쇄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채용비리 조사를 통해 공공기관이 투명한 기관으로 거듭나 공명정대한 사회가 조성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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