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 정연운

올해 상반기에는 선거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궐위에 의한 선거를 어려운 여건 하에서 직원들과 함께 쉼 없이 달리며 성공적으로 관리하였다. 직원들의 뜨거운 열정이 있었기에 완벽하게 선거관리를 할 수 있었음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본다. 사무처장으로서 나 또한 그러했으니 말이다.

선거를 마무리 하고 잠시 짬을 내어 힐링의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마침 지인과 함께 좀처럼 가기 힘든 신안군 증도에서 트래킹을 할 기회가 생겼다. 그곳에서 천천히 걸으며 마음을 내려놓으니 그동안 쌓인 몸과 마음의 피로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특히 인상에 남았던 것은 솔향기와 바다내음 가득한 천년 해송숲을 걸으며 슬로시티라는 이름에 걸맞게 느림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462만㎡에 달하는 염전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였다.

먼발치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소금결정을 가까이 보고 싶어 염전 근처로 내려갔다. 누군가 ‘하늘이 짓는 농사’라 했던 말이 떠올라 연신 감탄하고 있을 때 작렬하는 태양 아래에서 써래질을 하던 염부가 잠시 쉬고 있는것을 발견하고 몇 마디 나누었다. 염부에 말에 의하면 염전에도 전염병 같은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고질염’이라는 염도가 높고 쓴맛이 강하여 상품가치가 없는 소금이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고질염’이 한번 발생하면 마치 전염병처럼 번져나가 염전을 깨끗하게 세척하지 않으면 계속 발생한다고 한다. 그리고 갯벌이 오래되어 부패해도 고질염이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 염부는 “나의 땀이 섞여있어 깨끗하고 건강한 소금이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며 다시 일터로 향했다. 그땐 염부의 말을 그냥 흘려보내고 ‘염부의 노력이 대단하다’ 정도로만 생각했다. 

올해 정치후원금 홍보용 포스터에는 ‘소중한 정치후원금’을 앞 글자와 뒷 글자를 강조하여 ‘소금’으로 표현하였다. 그때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염부의 말이 포스터에서 들리는 듯하다. ‘고질염’에 대한 걱정을 하며 염전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갯벌을 건강하게 관리하여 깨끗하고 달콤한 소금을 만들고자 하는 염부의 노력이 국민들이 정치인에게 후원하는 투명한 정치후원금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정치후원금은 국민으로부터 선택된 정당과 정치인이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정치활동에 사용된다.

정치활동에는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 그 비용을 정당이나 정치인 개인이 조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만약 정치후원금 없이 이를 특정인 또는 특정 계층 등 소수에게 의존한다면 불법적인 자금수수 등으로 편향된 정치활동이 이루어 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폐단을 막고 정치인들이 부정한 돈의 유혹에서 벗어나 깨끗한 정치를 펼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정치후원금을 기부한다면 건전한 민주정치 발전과 깨끗한 정치자금의 원활한 조달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바닷물이 건강한 갯벌을 지나 염전으로 들어와 햇볕, 바람 그리고 염부의 땀방울이 더해져 비로소 뒷맛이 쓰지 않고 달콤한 소금이 탄생되는 것처럼 바닷물과 같은 국민들의 소중한 정치후원금을 정치인들은 염부의 마음으로 고되지만 깨끗하고 건강하게 관리하여 저품질의 고질염이 아니라 달콤한 소금꽃으로 피워내는 정치를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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