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이시종 충북지사가 허를 찔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을 정무부지사로 발탁해 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무부지사 후보군에 이름 석자가 오르내린 적이 없는 의외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31일 퇴임한 설문식 정무부지사 후임으로 이장섭 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 산업정책선임행정관을 깜짝 발탁했다.

그의 정무부지사 선임 소식에 모두가 놀란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에서 일거다. 대체 ‘이장섭’이라는 사람이 누구냐와 이 지사는 왜 그 사람을 선택했는 가다.

제천이 고향인 이 정무부지사 내정자는 54세로 제천고(31회)와 충북대를 졸업했다. 그후 청주민주운동청년연합사무국장, 충북민주화운동협의회상임위원, 통일시대국민회의집행위원, 민주당충북도당대변인, 국회교섭단체(민주당) 정책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그가 지역사회에 조금씩 얼굴이 알려진 것은 20년전 노영민 현 주중대사가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 보좌관을 맡은 게 끈이 됐다. 노 대사는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청주 흥덕구로 출마해 낙선했고 17~19대에서 내리 당선됐다. 노 대사가 국회의원일 때 보좌관으로서 정치적 동반자였고 친화력을 바탕으로 그의 주변 인맥을 두텁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작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노 대사가 불출마하자 국회의장실 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5월 19대 대선때 노 대사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선거 캠프에서 활동했다. 이 인연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런 경력으로 국회와 중앙정부, 정치권을 상대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이장섭 카드가 정무와 경제역할의 내·외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절묘한 한수라는 분석도 따른다.

그럼에도 청와대 입성이 얼마 안됐고 주로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일천한 경력을 들어 그가 정무부지사로 발탁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야당이 그의 발탁을 두고 불만을 표출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자유한국당 충북도당과 국민의당 충북도당은 코드인선, 나눠먹기식 빅딜인선을 즉각 철회하고 도민 눈높이에 맞는 중량감 있는 인사를 재발탁하라고 압박했다.

이 지사가 이 내정자의 손을 잡은 것은 내년 지방선거와 연계해 해석하는 기류가 강하다.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 보이지 않는 이 지사는 지금까지 3선 도전과 관련해 말을 아껴왔다. 이 내정자가 걸어온 길이 국회, 도의회, 사회단체 등과 유기적 협력관계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그와 손 잡는다는 것은 곧 3선 도전을 굳힌 게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이 내정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노 대사 오른팔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지사가 3선에 도전하려면 우선 공천권을 거머쥐어야 한다. 하지만 같은 당 4선의 오제세 의원이 지사선거에 출마한다면서 경선불사도 외치고 있다. 누군가 교통정리를 해주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이 지사는 3선 거부감을 해소해야 하는 짐을 지고 있다.

‘일벌레’로 통하는 이 지사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지난 지방선거때 세월호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겨우 당선됐다는 점은 이 지사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상대후보의 충북경자청 직원 징계, 오창발암물질폭탄 등 헛발질이 아니었다면 결과는 뒤집어질 수도 있었다.

물론 내년 선거는 지난번 선거와는 양상이 다르다. 현재로선 야당에 마땅한 후보가 없고 문재인 정권의 지지도를 감안하면 수성의 가능성은 그만큼 크다.

그렇지만 지방정부를 중요시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암묵적 지지없이는 3선 고지 점령은 쉽지 않을 것이다. 전국체전 개회식에서 눈총을 사면서까지 이른바 ‘문비어천가’를 외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봐야한다. 이 지사는 지난 선거과정에서 노 전의원에게 새끼손가락을 걸고 3선 불출마를 약속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노 전 의원이 주중대사로 부임하면서 이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어졌다. 아니 되레 그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지사가 야당 측의 중량감 시비를 예상했음에도 이장섭과 손을 잡은 것은 3선 고지에 버티고 있는 노 대사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노 대사의 분신인 이장섭 발탁은 그래서 이 지사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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