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시인

이 가을에
김은숙

편지 한 줄 쓰지 못하는
가을 저녁
우물이 깊다

쌓이는 고적이 무거운 사람
숨조차 희미하게 너무 멀어
어둠의 밑동 바라보며 귀를 다듬어도

슬며시 문설주에 기대어
수런거리는 바람 한 자락
없는

이 가을
이지러지는 저녁의 허공은
속이 차다

△시집 ‘부끄럼주의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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