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8선을 지낸 서청원 의원간 진흙탕 싸움이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MB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졌던 국정원의 ‘일탈 행위’들이 매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채우고 있는 이 즈음, 이들이 벌이고 있는 금도를 넘어선 설전은 국민들로 하여금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질책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발단은 주지하다시피 홍 대표의 ‘친박청산’에서 시작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지형을 바꿔야만 하는 절박감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또는 흡수를 통해 보수층을 결집시켜야만 하는 다급함이 거기엔 있었다.

그러나 친박세력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고,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서청원 의원의 반격 또한 강했다. 이 와중에 입에 담기 힘든 거친 언사들이 오갔다.

홍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성완종 리스트’를 두고 녹취록 운운하며 ‘협박’을 서슴지 않는 서 의원이나, ‘깜냥도 안되는 8선의원’이라고 맞받아치는 홍 대표나 도긴개긴이다.

사실 친박청산 대상을 서청원·최경환 의원 2명으로 한정시킨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하기도 어렵거니와, 그나마의 ‘정지작업’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자유한국당의 현실을 마주하고 보면 참담한 심정마저 든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의원이 ‘보수 궤멸’을 이야기했다가 설화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지금의 자유한국당을 보면 보수궤멸이 아닌 ‘보수 자멸’로 가는 듯하다.

‘보수 세력’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보수는 존재해야만 한다. 국가와 국민을 비행기라고 비견할 때 보수와 진보는 오른쪽 날개(우익)와 왼쪽 날개(좌익)를 맡아 안전한 운항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한쪽으로 무게추가 기울 때 그 비행기는 궤도를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느 쪽이 정권을 잡든, 그 상대편의 날개는 견제와 비판을 통해 제대로 된 항로를 운항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해야만 한다. 그런 까닭에 보수와 진보는 모두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의 현 상황은 왼쪽 날개에 많이 기운 것이 사실이다. 국민들이 선호하는 인식이 그렇다는 말이다. 촛불집회 1년을 맞아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47.3%, 자유한국당이 10.3%, 정의당 7.8%, 바른정당 6.1%, 국민의당 6.0%로 나왔다.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둘을 합쳐도 16.4%밖에 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에 3분의 1 수준인 것이다. 진보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런 수치의 지지율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수진영이 분명히 해야만 할 제 역할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지난 9년 동안 보수 정권이 쌓아올린 것은 ‘부패’였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선, 절반의 날개 우익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선 이제라도 일신우일신하는 마음으로 스스로의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그것이 돌아선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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