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잔혹 살해… 반성 안해”

(충주=동양일보 윤규상 기자) 인터넷 수리를 위해 자신의 원룸을 찾은 인터넷 기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50대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잔혹한 범행으로 생명을 빼앗고도 진정성 있게 반성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1부(재판장 정택수 충주지원장)는 2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모(55)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권씨는 지난 6월 16일 오전 11시 10분께 충주시 칠금동 자신의 원룸에서 인터넷 수리기사 A(53)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평소 인터넷 속도가 느린 것에 불만이 많았던 권씨는 사건 당일에도 속도를 문제 삼아 인터넷 업체에 수리를 요청한 뒤 집을 방문한 A씨의 서비스태도 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짜고짜 흉기를 휘둘렀다. 별다른 직업 없이 집에서 주식투자를 했던 권씨는 수차례 거래에 실패해 손해를 보자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은 “범행을 미리 계획하고 그것을 잔혹하게 실행했다”며 “형량 감경요소로 판단할 수 있는 어떠한 것도 없으니 평생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해 달라”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 초기 피해자 탓을 하거나 변명으로 일관하던 권씨는 선고일이 다가오자 태도를 바꿔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뒤늦게 재판부에 반성문도 제출했으나 판결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인터넷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오히려 ‘피해자가 달아나지 않아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이라고 변명하는 등 범행을 반성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엄한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선고결과를 지켜보던 유족들은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이려 했으나 슬픈 속내는 감추지 못했다. 숨진 A씨는 아내와 80대 노모, 대학교에 다니는 2명의 딸과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화목하게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앞서 A씨의 딸(23) 등 유족들은 권씨의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사법기관에 제출했다.
A씨의 딸은 “어제가 아버지의 생일이어서 가족이 모여 살아생전 아버지에 관해 얘기했는데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됐다”고 울먹였다. 또 다른 유족은 “재판부가 죄를 엄벌한 것 같다”며 “다시는 이런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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