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엽 충북도 보건복지국장

(정성엽 충북도 보건복지국장) 조너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는 ‘러그내그’라는 나라가 등장한다.

그 나라에는 가끔 불사(不死)의 존재인 스트럴드브러그 (struldbrugs)들이 태어나는데, 주인공인 걸리버는 이들을 무척 부러워하지만 그들은 전혀 행복해하지 않는다. 불사이지만 불로(不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스위프트는 "사람들은 오래 살기를 갈망하지만, 아무도 나이 들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현대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는가의 문제이지, 어떻게든 오래 사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기관에서 우리나라의 60세 이상의 남녀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노년이 될수록 두려운 것이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이었다. 그랬더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첫째요, 둘째가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나’를 잃어버리는 병, 환자 본인보다 가족이 더 힘든 질병, 아이가 되는 병, 모두가 ‘치매’를 일컫는 말이다. 치매는 다른 질병과 달리 환자 본인의 아픔보다 돌보는 가족의 고통과 괴로움이 훨씬 심각하게 다가온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에서 5%, 85세가 넘으면 20~40%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한국은 65세 이상에서 8.2~10.8% 정도로 추정된다.

또한 치매 환자 1인당 관리 비용은 2015년 기준 2000만 원 정도다.

전체 환자로 환산하면 국내총생산(GDP)의 0.9%인 13조2000억원이 치매환자 관리에 쓰이고 있다. 치매를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개인과 가족의 고통은 물론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70만 명(충북 2만6000명 추정)으로 추산되는 전국의 치매환자수가 급속한 고령화로 2030년에는 127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충북은 2017년 9월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수가 전체인구의 15.7%인 25만 명을 넘어서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어 이에 대한 준비가 절실하다.

이처럼 고령화와 치매의 사회적 위험이 점차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 생겼다.

지난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치매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통해 향후 국가에서 치매환자와 보호자들의 고통을 함께하고 지원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우리 도는 2012년부터 전국 최초로 ‘9988행복나누미’ 사업을 통해 어르신들의 치매를 예방해오고 있다.

또한,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내년까지 도내 보건소 14개소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해 치매어르신과 가족들이 1:1 맞춤형 상담, 검진, 관리, 서비스 연결까지 통합적인 지원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가정과 같은 환경을 제공하는 치매안심형 공립요양시설도 2020년까지 전국 기초자치단체별로 2개소 이상 확충된다.

아울러, 20%~60% 수준이던 중증 치매환자의 의료비 본인부담률이 올해 10월부터 10%로 인하됐고, 그동안 중위소득 50% 이하 수급자에게 적용되던 장기요양 본인부담금 경감 혜택도 대상을 늘려나가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제 치매를 마냥 두려워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노년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치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흡연, 음주, 고지방·고열량 음식 등을 피하고 나이가 들수록 많이 웃고 밝게 사는 생활습관으로 품위 있는 노년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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