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아련한 예전의 기억이 가끔은 어제처럼 떠오르기도 한다. 40 여 년 전의 기억이 잠결에 언뜻 떠올라 잠을 깨고 옛날의 꿈속으로 돌아가고자 하나 과거로 돌아가지는 못한다. 마냥 그립고 회한이 가득할 뿐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새로운 만남으로 낯선 사람을 종종 본다. 그러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질문을 하는 것이 고향이 어디세요이다. 초면에 나이나 직업을 묻기는 실례인 듯하여 대화의 고리를 이어가기 위해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그런데 고향이란 무엇인가? 고향(故鄕)은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거나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이다. 또는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 혹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처음 생기거나 시작된 곳을 말한다.

그런데 일상생활 속에서 고향은 일반적으로 태어나서 자란 곳을 의미하지만 시대가 변하여 정착생활 보다는 이곳 저곳 이동을 하면서 살아가다 보니 의미가 조금은 변하였다. 과거 예전의 삶은 노매드(Nomad, 유목민)의 삶을 살았다. 가축을 방목하여 의식주를 해결하는 삶이었지만 이제는 살아있는 정보를 쫓아 가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이다 보니 많은 것이 변하였다.

그리고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대중가요 가사에도 나오듯 고향은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그러니 요즘 같은 시대에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은 우문이다.

본인의 고향도 충북 청원의 작은 시골마을이라고 답할 수 있지만 내 자녀는 고향을 물어보면 직장 따라 교육환경 따라 이사하다 보니 뚜렷한 고향이 없다. 그래서 살다가 정든 곳 혹은 오래 동안 살아 정이 많이 든 곳이 고향이다. 지금은 한반도의 중앙 중원경에 위치한 충주에 살고 있지만 이곳에서도 이웃과 만나 이야기 하다 고향을 물어보면 아직은 청주라 답한다.

앞으로 살 곳이 어디일지 아직은 미정이다. 삶이 어떻게 변할지 고정적이지 않다. 예전 시골마을에 살면서 많이 듣고 이야기 했던 것이 있다. 매우 시골스럽고 정감어린 말로 우리 마실갈까? 이다. 어머니 아버지 어디 마실 다녀오세요? 등등인데...

요즘도 시골에서는 사용하는 말이나 젊은이들은 마실의 의미를 모를 것이다. 과연 마실이란 무엇인가? 정감어린 마실에 대해서 알아보자!

그렇다면 마을과 마실에 대하여 알아보자. 마을(Village, hamlet)이란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고향 마을 혹은 도회지 밖에 비교적 소수의 살림집들로 구성되어 한 떼를 이루고 사는 지연(地緣) 단체 리(里)나 구(區)를 말한다.

마실이란?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을 의미하며 충청도, 경상도, 강원도 지역에서 사용되는 방언이다. 마실 나가다는 이웃을 방문하거나 가까운 곳으로 바람 쐬러 가거나 일이 있어 집밖을 잠시 나가는 일을 의미한다.

마을의 옛말은 마슬이고 마에 쓰인 모음은 아래아이고 슬에 쓰인 시옷은 반치음시옷이다.

이것이 변하여 마실 마을 모실 말 몰 등으로 변하였고 이 가운데 마을이 표준어가 되었다.

더불어 마실지기는 순수한 우리나라 말로 마을을 지키는 사람을 나타내며 근래에 만들어진 신조어로 마을을 지키는 사람이거나 어떤 모임을 총괄하거나 주재하는 사람 혹은 마을회관 등의 관리인' 등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농경시대의 정착된 삶은 변하였다. 한 장소에서 붙박이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흐름에 의하여 이곳 저곳 떠다니는 노매드의 삶으로 현대인은 살아간다.

정년퇴직 후의 제2의 인생 혹은 인생 후반전으로 귀촌 귀농 등을 한다. 그런 장소로 도시인근에 아담하고 예쁜 집을 짓고 소일(消日)거리 삼아 푸성귀 심고 제철 과일에 몸에 좋은 식재료로 영양식을 만들어 먹으며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

소박한 삶이 서민적인 삶이며 보통사람의 행복한 삶이다. 이제는 그런 삶을 살고자 하는 연배도 퇴직 후의 노년의 늦은 나이가 아닌 젊은 청년의 나이로 변화하고 있다.

시대변화는 많은 것들을 빨라지게 하고 있고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기왕 행복한 멋진 인생도 빠른 듯한 나이에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살아보니 인생도 놀러 다니는 마실같은 삶으로 사는 것도 마음 편하고 좋다. 더불어 인심 좋은 시골 마을에 이웃과 함께 산다면 더욱 행복할 것이다. 아침 먹고 텃밭에서 소일삼아 일하고 점심은 이웃집과 숟가락 하나 더 놓고 함께 하고 저녁은 이른 저녁을 먹고 동네 마실 한번 돌아보고 와서 쉬는 것이다. 그리고 편안한 내 집에서 행복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숙면을 취한다면 이것이 안빈낙도(安貧樂道)의 행복한 삶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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