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직

멀리까지 눈 배웅할 때

등 뒤에 움막집 한 채가 매달려 가네

굽어질 듯 꽉 붙어살기도 하고

아득한 벼랑으로 한 생애를 밀어낼 듯 살고 있네

 

뼈마디가 허물어지던 밤도 보이네

바르게만 서기 위해 훌쩍이던 나이를 품은 시절이

조금씩 굽은 척추를 지녔을 때

한 생애가 아득한 벼랑이 아니었음을 알았네

 

멀리 혼자 가는 등이 내 들을 당기고 있네

멀뚱멀뚱 끌려가는 내 뒷면에도

수천의 사내들이 부려놓은 세상이 보이고

다시 수천의 사내들이 지나갈 벼랑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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