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소금쟁이가 물위에서 줄넘기한다.

중력이 일으켜놓은 종단면의 세상에

자신을 빠뜨리지 않기 위해

횡단면으로 줄넘기를 한다.

 

줄넘기를 멈추는 순간

종단면의 검은 구멍 속으로 빠진다.

 

호수 위에 줄넘기의 흔적을 남기며 사라진 사람은

아차! 싶은 순간에 줄이 꼬인 것이다.

이들이 놓친 줄이 지푸라기가 되어

애달픈 사람들의 목숨을 떠받친다.

 

가로로 세로에 대응하기 위하여

발끝마다 설피 같은 줄넘기를 만들며

소금쟁이가 중력의 바다를 건넌다.

 

그 바다 너머에 더는 줄넘기를 낳지 않는

고요한 세계가 있다.

거기에 닳기 위해

소금쟁이는 그 입구까지 줄넘기한다.

 

오색빛깔 서리는 아름다운

줄넘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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