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드디어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예전 같으면 꿈도 못꾸던 일이다. 국민들은 오히려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만든 정치검찰들의 저급한 행태를 봐왔던 터였기 때문에 이번 검찰의 수사가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롯데홈쇼핑 재승인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미 전 수석의 측근 3명이 금품수수 의혹으로 체포된 상태이고, 검찰은 이 돈이 전 수석에게 흘러갔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검찰조사 결과 전 수석이 19대 국회의원이었던 2013년 1월부터 최근까지 회장과 명예회장을 맡았던 한국e스포츠협회가 2015년 롯데홈쇼핑으로부터 3억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롯데홈쇼핑은 방송채널 사용 사업권 재승인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대가성’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 전 수석은 ‘입장문’을 내고 “불법에 관여한 바 없다, 어처구니없는 심정”이라며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전 수석은 얼마전에도 게임산업과 관련해 입길에 오른 전력이 있다.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전병헌 정무수석, 그의 친척과 지인들, 전 비서관 등이 게임판을 농단했다”고 질타했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운영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이 ‘적폐청산’이다. 검찰의 사정 칼날은 전 정권의 청와대, 국정원, 국방부 등 핵심권력을 전방위적으로 겨누었고 이에 대해 보수 야당은 전 정권과 전전 정권을 향한 보복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결과를 보면 구 정권의 블랙리스트, 댓글조작, 민간인과 정치인 사찰 등 각종 의혹사건에 대한 수사를 두고 65%가 ‘잘한 일’이라고 했다. 정치보복으로 인식하는 층은 26%에 불과했다.

이것을 역으로 읽으면, 현 정부는 그보다 더 강한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인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의 임기가 끝날 때 더욱 엄격한 잣대에서 평가가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수사 방해혐의를 받고 있던 변호사와 검사가 잇따라 자살한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껴 ‘모종의 균형’을 맞추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유여하를 떠나 ‘비리’가 있는 곳에는 ‘척결’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전 정권이든 현 정권이든 혐의가 있으면 단호하고 정밀하게 수사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의 요구다.

그렇잖아도 검찰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돼 고강도 구조개혁을 앞두고 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검사의 양심과 소신도 버리고 권력을 지향했던 정치검찰의 폐해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젠 달라져야 한다.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검찰이 아닌,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좌고우면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것이 국민들의 가슴에 새겨진 검찰의 참 모습이기 때문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