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논설위원 / 신성대 교수

(신기원 논설위원 / 신성대 교수) 문재인정부가 출범한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국민들의 박근혜정부에 대한 불신이 촛불집회로 이어졌고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결정으로 선거에 따라 문재인정부가 출범하였다. 그동안 문재인대통령은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국정수행을 하면서 정부지지도를 높였다. 또한 국민들의 바람과 여망을 받아들이는 과제수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는 당연히 적폐청산을 제일의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기대도 여기에 모아져있다. 하지만 야당은 이를 정치보복이라고 몰아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적폐란 무엇인가. 사전을 보면 적폐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라고 나온다. 따라서 적폐를 청산하려고 하다보면 이전 정권의 비리나 불법행위 및 권력남용이나 무능이 드러나게 된다. 또한 관련자들은 수사를 받고 죄의 여부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한다. 구정권세력은 이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적폐청산은 사실에 근거를 두어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또 그래야 역사에 떳떳할 수 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전 정권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기관을 동원해서 불법행위를 저지르거나 정권유지를 위해 정당한 비판을 하는 인사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식의 행동을 일삼아 왔다면 이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또한 국민들의 세금을 가지고 자기 호주머니 돈 쓰듯이 근거도 없이 사용하고 치부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면 의법처리하고 먹은 돈은 다 토해내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권력을 위임한 것은 국민 대신 예산이나 정보를 용처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하라는 것이지 자기 배를 채우라고 한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국민들은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서도 감시의 눈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그들 역시 국민들의 지지를 기회로 삼아 적폐를 쌓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차제에 문재인정부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갑의 을에 대한 못된 행태를 불식시켰으면 한다. 우리 사회에서 갑과 을의 관계만큼 명확한 것도 없다. 조선시대 신분사회를 연상할 정도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지나치게 탐욕적이며 비인간적일 정도로 인색하다. 갑의 을에 대한 지나친 우월의식이나 차별의식 또는 구별의식은 인간의 이기적인 속성상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속성은 상황에 따라 갑질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사회도 이제 관료적 권위주의적 사회에서 시민적 민주주의사회로 진화하고 있다. 세대 간에 편차는 있을지 몰라도 대체로 국민의 인식과 욕구가 여기에 맞춰지고 있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의 갑질에 이어 기업인과 학교관계자 등 사회 곳곳에 암세포 같이 뻗어있는 갑질이 언론에 드러나고 있다. 그들은 언론보도와 함께 SNS를 통해서 무참하게 비난받고 있다. 상대방에게 강요했던 일들을 이제 본인들이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더 강화될 것이다. 우리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이 기회에 우리사회가 불법적이고 탈법적이며 몰염치한 갑질들을 도려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통합을 이룰 수 없다. 사회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역통합도 이루기 어렵고 통일은 물론 선진국으로 진입하기도 매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전대통령의 실정은 역설적이지만 우리나라에 기회를 제공하였다. 역사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전 정권은 물론 그 전의 정권들을 통해서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적폐청산의 과정에 갑질청산이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마지못해서 하는 것이 아닌 솔선수범하는 갑들의 자각과 자성 그리고 의식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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