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현

덤으로 한 해가 왔네.

 

베란다 창틈에 낀 묵은 먼지를 닦는데

등을 요람 삼아 흔들리는 따뜻한 햇빛 한 장

분명 육심수 순면원단의 깃털이었네.

서너 시간 햇빛 샤워를 하며

정작 씻어낸 것은 창틀이 아니었네.

창틈에 낀 나방이며

그들의 부화하지 못한 씨앗들이

살림을 차리고 장렬히 한 생을 접은

축제의 뒷뜰.

 

깍아지른 벼랑은 이 몸만이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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