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근 취재부 차장

(이도근 취재부 차장)“40대에 실직자가 되게 생겼습니다.”

내년 계급정년을 목전에 둔 A 경정은 쓴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경찰대학 출신으로 2003년 경정계급장을 달았으나 총경 승진에서 누락돼 조만간 경찰 제복을 벗고 민간인 신분으로 전환된다. 나이 47살에 백수가 되는 셈이다.

일선 경찰서장에 해당하는 ‘총경’은 고위 간부로 진입하는 첫 걸음이어서 ‘경찰의 꽃’이라 불린다. 그런데 충북에서 ‘경찰의 꽃’으로 필 수 있는 경찰관은 매년 1명뿐이다. 충북에선 2007년과 2014년을 제외하면 해마다 1명의 총경 승진자만 배출되고 있다.

‘영충호 시대’를 맞아 충청권의 약진이 정치·경제적으로 두드러지고 있으나 경찰 승진에선 규모가 비슷한 전북과 강원보다도 적은 숫자만 배정되면서 지역에선 ‘충북 홀대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충북경찰의 인사적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 총경 승진 대상자들이 2010년 경정 승진자가 주력인 반면 충북에선 2008년 승진자부터 2010년 승진자들이 ‘주력’ 후보로 경쟁하고 있다. ‘구제’인 2007년 승진자도 마지막 승진의 꿈을 놓치지 않으려 경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 승진자들의 ‘발탁’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다.

만일 올해도 총경 승진이 1명에 그친다면 내년에는 10여명의 후보들이 치열한 경쟁에 나서야 한다. A경정과 같이 계급정년 제한에 걸려 40대 후반~50대 초반 젊은 나이에 제복을 벗는 상황도 가속화 될 수 있다.

충북경찰은 올해 각종 치안지표가 전국 상위권에 오르는 등 각종 치안성과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총경 승진자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총경 승진자의 60% 이상이 본청과 수도권에 집중됐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실시되는 이번 인사에선 지역 출신을 우대하거나 지역 안배 차원의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도 충북경찰의 기대감을 높이는 한 요인이다. 매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인사로 실망감만 쌓였던 충북경찰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올해 총경승진자가 2명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경찰 인사에 지역의 눈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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