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 논설위원 / 중원대 교수

(김택 논설위원 / 중원대 교수) 청렴한 공직자를 청백리라고 한다. 조선시대 청백리는 218명이 임금으로부터 칭호를 부여받았는데 청백리로 추천되면 자식들에게는 관리로 등용할 수 있는 특전이 있지만 대부분 관직에 나가지 못하고 향촌에서 후학을 양성했다고 한다. 지금도 모범적인 공직자에게 청백리상을 주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청렴은 모든 공직자가 지켜야 할 으뜸 가치‘’라고 봤는데, 청렴은 “목민관의 본무이고 모든 선의 원천이요 덕의 근본”이라고 했다. 그리고 “청렴하지 않고서는 능히 백성을 다스리지 못하고 관리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옛날부터 무릇 지혜가 있는 자는 염결로서 교훈을 삼고 탐욕으로서 경계를 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관리가 청렴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도둑놈으로 지목하고 마을을 지날 때 더러운 상욕을 하니 이 또한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뇌물은 비밀이 없다. 한밤중에 일어난 일이라도 아침이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과거나 현재나 공직자는 청렴이 최고의 가치요 준수해야 할 윤리다. 공직자가 재물을 탐하고 주색에 빠진다면 청렴의 도를 망각하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관리의 보수를 양렴은(養廉銀) 이라고 칭했다. 청렴의 기품을 기르라는 의미다. 오늘날 관리는 옛날의 월급 없는 아전보다 수십 배 보수도 받고 명예도 누린다. 조선시대 아전들은 어른이 되지 않은 유아에게 군역을 물리는 황구첨정(黃口簽丁), 죽은 사람을 산 사람으로 둔갑해서 군포를 물리는 백골징포(白骨徵布), 군역을 피해 도망간 사람에게 군포를 이웃이나 친척과 이웃에게 물리는 세금이라고 하는 인징(隣徵)도둑질을 자주했다. 그런데도 오늘날도 아전과 진배없는 행태를 일삼는 관료들이 세상을 흐리고 부패의 늪에 허둥지둥하는 짓을 보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를 금치 못한다.

최근 충청북도 청주시의 공직자들이 비리백태는 어리둥절하다. 음주측정을 거부한 공무원이 있는가 하면 여성접대부를 공급하는 보도방을 운영한 사람도 적발됐다. 과거 경찰관들이 유흥업소를 운영하거나 오락실을 몰래 해서 징계 받았다고 알고 있는데 일반행정직공무원이 이런 일을 했다는 것 자체가 보통일이 아니다. 또 한 상가 화장실에서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찰영한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성도찰행위는 성범죄자들이 저지른다고 알고 있는데 청주시공무원도 성범죄에 가담했다. 특정업체에서 뇌물을 받아 파면된 공무원도 있고, 하급자가 상급자를 폭행해 파면된 기강문란행위도 있다고 한다. 청주시 공무원의 부패는 어디서 비롯됐나?

먼저, 시장 부시장 간부들의 청렴의지가 약하다고 필자는 본다. 강력한 리더쉽이 필요한데 선출직은 임시직이라는 인식과 그에 따른 영(令)을 듣지 않는 태도가 이런 문제를 발생하게 했다. 간부들이 청렴의 리더쉽, 시민을 향한 헌신적인 권위, 도덕적 윤리가 충만했다면 직원들이 왜 말을 듣지 않겠는가.

두 번째는 신상필벌의 징계와 감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단 한번이라도 발생하면 징계하고 한직으로 인사 발령 내는 신상필벌이 중요하다. 상사가 하급자들의 눈치나 보는 이런 행정시스템이 어떻게 청렴을 요구하겠는가.

세 번째는 조직의 음해나 투서가 난무하는 문화가 일소되지 않으면 조직안정은 무너진다. 투서나 일삼는 사람들은 일벌백계로써 징계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음해를 용서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확립해야 한다.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이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앞으로 청주시비리를 근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외부전문가나 시민단체인사를 감사관으로 공개 채용해서 온정주의를 차단해야 한다. 강력한 청렴의식과 좌고우면하지 않는 인물을 선발해서 감사. 조사 징계시스템을 작동케 하여야 한다. 시장과 부시장은 행정자치에만 전념하고 감사관이 비리를 근절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직원들의 인적성검사 시민단체 외부감사, 직무만족도 ,시민친절도, 부패체감도 결과를 인사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단 한번 잘못이라도 처벌하는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다행히도 지난 30일 청주시는 부패척결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비위 공무원 페널티 강화와 관리자(부서) 연대 책임제, 인성검사 도입 추진과 인성·청렴의식 강화, 공직 비위 사전예방 활동 강화, 소통과 내부통제 강화, 공직 비위 사후관리 철저 등이 포함됐다. 청주시 간부들도"비위 등으로 청주시에 누를 끼칠 경우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약속한다"고 공직기강 확립 청렴 실천 서약을 했다. 과거보다 진일보한 대책이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실천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젠 청주시민들이 독수리의 눈처럼 매섭게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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