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배

외 늘 채비에 새우를 매달고

새우처럼 움츠리고 앉아서

밤을 지새운다.

 

연밥도 여물어가는 못에 낚시를 드리우고

비늘 큰 고기를 낚으려 한다.

 

물가에 자란 수초 헤집어 벌리고

빈 망태를 담가둔다.

 

시간과 지워진 물속의 기억들이

한 가득 올라올 아침의 망태

고기를 잡을 생각보담은

추위 속에 견딘 밤 동안의 인내가

어여쁜 인고의 시간이었음을,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해도 알지만

멀어진 여자의 잎맥이 삭아가는 동안에도

물풀을 흔드는 건 물고기가 아니다.

 

찌를 응시하던 눈빛이거나

물안개가 젖어서 일어난 반응 이거나

한낮에 잠자리가 떠나며 남긴

흔들림일 것음을 알기에

 

낚시는 낚이지 않는 즐거움으로

끊임없이 나를 유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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