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남부보훈지청 복지팀장 이경래

(동양일보) 가을의 정취를 맛보기도 전에 어느덧 우리의 옷깃을 여기게 만드는 겨울의 길목에 서있는 11월이다. 일반 국민들은 11월을 어느 달보다도 싫어할 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것은 공휴일이 있을 리 만무한 달이기도 하고, 차가운 바람이 살갗을 파고들어 왠지 마음 한 켠에 쓸쓸함을 느껴지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나 11월은 그 어느 달보다 숭고한 의미가 숨겨져 있는 달이기도 하다.
바로 11월 17일이 순국선열의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 순국선열의 날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순국선열의 날은 일본의 조선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맞서 국권 회복을 위해 항거하고 헌신한 독립운동 유공자들 가운데 목숨을 잃는 순국선열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이들의 얼과 위훈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1919년 중국 상해에서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1939년 11월 21일에 임시의정원 31회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 지청천, 차이석을 비롯한 6인이 11월 17일을 “순국선열공동기념일‘로 제안했고 원안대로 의결되어 기념일이 시작되었다.
또 11월 17일을 기념일로 선택한 것은 1905년 11월 17일에 체결된 을사조약의 치욕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순국선열공동기념일을 제정한 이후 광복이 될 때까지 추모행사를 주관했다. 광복 초기부터 한국전쟁 시기까지는 민간단체가 주관하다 1955년부터 정부 주관의 기념행사가 거행됐는데 1962년 이후부터는 국가보훈처에서 주관하게 됐다.
1970년 이후에는 정부 행사 간소화 조치로 인해 공식 행사는 현충일 추념식에 포함됐으나 민관 합동의 추모제는 계속돼 왔다. 1997년에 드디어 국가기념일로 제정됨에 따라 그해의 기념식부터 다시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가 됐다.
이처럼 순국선열의 날이 제정된 것은 당시의 정부가 추진하고 있던 ‘역사 바로 세우기’ 정책의 구체화로 볼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최근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는 심히 도를 지나치고 있는 시점이며 북핵 도발로 인해 한반도 위기 상황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는 게 현실이다.
대내적으로도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연일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한 세대 간의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도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어 그 어느 때 보다도 화합과 통합의 정신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자신의 목숨보다 우리의 영토, 백성, 글, 정신을 소중히 여겼던 사람들 바로 ‘순국선열’….
그분들의 민족정기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자기만의 안위가 아닌 대동단결의 살신성인의 정신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의 시대적 과제인 화합과 통합의 길이라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는 11월 17일은 78회를 맞는 순국선열의 날이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순국선열들이 잠들어 계시는 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올리며 그분들의 뜻을 새기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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