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삼길포항서 수년째 치어 아닌 중간 성어 방류
“포식성 강해 타 어종 씨 말려… 생태계 교란할 것”
기업 “크기 지침 몰랐다”… 어촌계 “다음부터 개선”

(서산=동양일보 장인철 기자) 어민 소득증대와 어족자원 보존을 위해 방류한 우럭 성어가 연안어장의 치어를 무차별적으로 잡아먹어 생태계를 교란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서산시 일부 기업들과 어민들은 치어보다 생존확률이 높고 방류 후 짧은 기간에 상품성이 있는 크기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을 고려해 우럭 중간 성어를 수년째 방류해 오고 있다.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현대오일뱅크 임직원들과 어민들은 지난 3일 13회 우럭축제가 열린 대산읍 삼길포항 앞바다에 우럭 12만 마리를 방류했다.
수산자원 회복을 통한 어민소득 증대를 명목으로 열린 이 행사는 현대오일뱅크 외에 한화토탈, 씨텍 등 다른 대산산단 입주업체도 참여해 모두 30여만마리의 우럭과 넙치를 삼길포항 앞바다와 가로림만 등에 풀어줬다. 이 행사는 지역축제 개최 시기에 맞춰 10여년째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방류한 우럭의 크기가 문제다. 수산종자관리사업 지침(4조)에 정한 방류 어류의 크기(길이 6㎝ 이상∼10㎝ 미만)보다 큰15㎝ 이상의 중간 성어가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치어가 아닌 성어를 방류할 경우 포식성이 큰 우럭이 특정 수역에 급격히 증가하면서 치어를 무차별적으로 잡아먹어 수중 생태계를 훼손·교란할 우려 때문에 마련됐다.
김상규 수산자원관리공단 책임연구원은 “크기가 아주 작은 것은 생존율이 떨어지는 반면 큰 것은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기 때문에 어류 방류 시 크기를 엄격히 제한한다”며 “특히 우럭은 포식성이 강해 수십만마리의 성어를 방류할 경우 해당 해역에서 다른 어종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생태계를 교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류행사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너무 작은 것은 다른 물고기에 잡아먹히거나 일찍 죽는다’며 생존 가능성이 큰 것을 원해 손바닥만 한 것을 일부 풀어주게 됐다”며 “방류 치어의 크기에 관한 지침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기부금을 내면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방류 어종 크기를 정해 왔다”며 “행사 참여 기관·단체도 그동안 ‘크기가 작으면 문제지만 큰 것은 괜찮다’고 해 그런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치어 방류에 참여한 어촌계 측은 “어민소득 증대와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 참여 확대 등 여러 목적으로 우럭을 방류해 왔다”며 “방류하는 우럭의 크기에 문제가 있다면 추후 행사부터는 개선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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