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교권이 나락으로 떨어진 지 오랩니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존경’이라는 단어는 이제 찾아볼 수조차 없죠.” 학교현장에서의 교권 붕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담한 교권침해 사례는 572건에 달했다. 충북도교육청에 접수된 교권침해 사안이 2015년 99건, 지난해 73건, 올 들어 현재까지 59건 등으로 3년 연속 줄어든 것과 반대로 교총이 접수한 일선 교사들의 상담사례는 2006년(179건)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2011년 12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 한 고등학생이 여교사에게 말대꾸를 하며 반항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최근 일어나는 교권침해는 행태가 복잡하다. 학생이나 학부모의 민원제기가 법적소송으로 이어지면서 학교가 쟁송의 장으로 변질되는 현상도 벌어진다.

청주지역 한 변호사는 “인터넷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발달로 새로운 형태의 교권침해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가 자신의 불만을 인터넷이나 SNS에 올려 공론화하고 ‘학부모 여론’에 따른 집단민원을 넣는 식이다. 이 변호사는 “민원내용이 부당하고 횟수가 반복되면 교권침해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새로운 교권침해 행태로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떠오르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상담신청 572건 중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47.7%(267건)으로 가장 많았다.

학부모의 교권침해에 대한 상담건수가 많은 것은 학부모의 일방적이 폭행·폭언에 의한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학부모에 의한 각종 소송 때문이라는 게 교총의 설명이다. 교총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될 경우 소송비용 등 법적 문제가 발생해 많은 교사들이 상담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교권침해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말한다.

교총이 지난해 교사 77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48%(370명)이 실효적인 교권침해 예방조치로 “담임교사가 문제 학생을 훈육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답했다.

교총 관계자는 “현재 의무교육과정인 초·중학교의 경우 교권침해에 대한 최고 징계수위가 출석정지”라며 “이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한 법률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반면 교권의 비대가 곧 학생들의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과거 교권이 학생 인권보다 강조되던 시기, 지도 명목으로 이뤄지던 학생 폭행 등의 인권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 김모(여·42)씨는 “아이들을 잘 타이르고 선도하는 것이 교사 본연의 역할”이라며 “교권이 땅에 떨어져 아이들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과연 통제의 대상인지 교사들 스스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장학사도 “학생 인권조례 등 최근 학교 내 다양한 학생 인권장치가 마련됐고 이런 장치를 바탕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면 되는데 학생 징계를 강화하자고 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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