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잘 모르는 교원 평가 어떻게”…참여율 낮아
익명 보장 서술형 문항에 인신공격 글 올라 ‘황당’
교사 전문성 진단·학생 의견표출 기회 찬성 의견도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 학부모 김모(44)씨는 올해 처음으로 ‘교원능력개발평가’를 하면서 난처한 상황을 맞았다. 이름도 잘 모르는 교장에 대한 문항 때문이다. 그는 “주변 학부모들에게 평판을 듣고 답했다”며 “이런 평가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주의 한 고교 교사(46)도 황당한 상황을 맞았다. 수업태도가 불량한 학생을 나무랐더니 “평가에서 두고 보자”는 학부모의 전화를 받았던 것. 그는 “평가가 협박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2013년 시행돼 올해로 8년째를 맞는 교원능력개발평가를 두고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14일 교육부와 충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전국 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평가가 진행 중이다.

1년에 한 번 하는 이 평가는 학교별 학부모, 학생이 교장, 담임교사 등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만족도 조사’와 교원 간 상호 평가하는 ‘동료교사 평가’로 나눠 시행된다.

‘만족도 조사’는 학부모가 교장, 담임 등을 대상으로 각 교원 1명씩 객관식 5~6개와 서술형 2개 문항에 답하는 형식이다. 객관식은 가장 낮은 점수 1점(매우 그렇지 않다)부터 최고 5점(매우 그렇다)을 부여할 수 있다.

교원의 교육활동 전반을 점검, 전문성을 높여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지만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폐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교원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학부모들은 제대로 된 평가가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한다. 실제 청주지역 한 초등학교 교장에 대한 학부모 조사를 보면 ‘교장이 학교운영계획 수립 시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한다’, ‘선생님들의 특성에 맞게 학년을 배정한다’ 등 학교 내부사정을 알아야 답할 수 있는 문항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평가 참여율도 낮을 수밖에 없다.

청주의 한 초등학교의 교장 대상 학부모 만족도 조사 문항이 적힌 교원능력개발평가 사이트 캡처.

익명성이 보장되는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또 다른 교권침해의 수단이 되고 있다. ‘선생님이 좋은 점’, ‘선생님께 바라는 점’을 300자 이내로 자유롭게 적을 수 있는 서술형 문항에 일부가 인격 모독적인 비방·욕설 등을 적고 있는 것이다.

평가를 빌미로 교사에게 협박성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교사들은 최고 5점까지 받을 수 있는 객관식 평가에서 2.5점 이하 평점을 받으면 별도 ‘능력향상연수’를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충북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교원능력개발평가는 폐지만이 정답”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충북교육청은 자율적 참여 보장을 위한 권고에 나서고 있으나 학교현장에선 여전히 인위적 평가율을 높이기 위한 무리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며 “실제 청주의 한 고교에선 학생들에게 학부모 정보를 입력하게 하는 등 부모 대리 평가가 물의를 빚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단순히 교사 개인이 수업을 잘했냐 못했냐를 평가하는 것”이라며 “동료교사 평가의 경우 소통·협력을 방해하고 오히려 실적에 함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가 앞서 전국 교원 1만6299명을 대상으로 교원능력개발평가 유지·폐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90.4%가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도 이해는 가지만 그마저도 없으면 학생들의 의견을 어떻게 표출하느냐”는 폐지반대 의견도 있어 찬반 논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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