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또 청주야?

보은의 한 토굴에서 40대 여성이 토막 난 시신으로 발견되자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 나온 반응이다. 지난 11일 낮 3시께 보은군 내북면의 한 토굴에서 청주에 사는 A(47)씨가 시신이 토막난 채 발견됐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B(65)씨는 2∼3년 전 A씨를 처음 알게 됐고, 각별했던 둘 사이는 최근 금전 문제로 금이 가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한 B씨는 지난 6일 음독자살을 시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나흘 뒤 숨졌다. B씨는 A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 하루 전 이미 사망해 이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게 됐다.

이런 끔찍한 사건이 알려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선 교육도시인 청주가 요즘 왜 이렇게 됐느냐며 한탄과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한 네티즌은 “청주 살인사건 왜 이리 많냐”며 힐난했고 다른 사람은 “우연의 일치겠지만 흉악범죄 났다 하면 꼭 청주”라며 “굿 좀 하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지역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는 말도 많다. 한 네티즌은 “양반동네 입네 하고 연막치고 살아서 그렇지 온갖 강력 범죄 넘쳐나는 지역”이라고 하고, 다른 네티즌은 “만약 개인총기 소지를 허용한다면 청주는 1년 안에 인구의 절반은 줄어든다”고 매도했다.

청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청주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하는지 억울하기 짝이 없다. ‘교육도시 청주’라는 명성은 어디로 가고 범죄도시 오명을 뒤집어 써야 하는지, 오죽하면 영화 ‘배트맨’의 배경인 암울한 도시 ‘고담시티(Gotham City)’에 빗대 ‘고담 청주’라는 말까지 들어야 하는지, 가슴이 답답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면에는 청주라는 이미지가 자리하고 있다. 사람들 머릿속에 청주는 깨끗한 도시, 교육도시로 각인된 게 사실이다. 그런 지역에서 잊을만하면 흉악사건이 터지니 청주를 호의적으로 바라봤던 사람들이 실망했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을 탓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특히 범행 수법이 희한하고 특별 나 같은 강력사건이라도 언론의 조명을 받기에 딱 좋다. 청주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드는데 일조하는 셈이다.

지난 8월 청주의 한 하천변에서 옷이 벗겨진 채 숨진 20대 여성이 발견됐다. 알고 지내던 30대 남성이 자신을 험담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여자친구와 함께 그녀를 무자비하게 살해한 뒤 나체상태로 유기한 것이다. 지난 6월에는 20대 남자가 결별하자는 동거녀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교회 베란다에 시신을 버린 사건도 있었다.

지난달 21일에는 A(26)씨가 대학시절 괴롭힘을 당했다며 동기생(25)을 만나자고 불러내 청주시내 한복판에서 흉기로 마구 찔러 중태에 빠뜨렸다. 그러나 A씨는 부산의 한 대학을 졸업했고 청주와는 아무런 연고가 없다. 그런데도 범행을 청주에서 저지르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청주 이미지에 분칠한 격이 됐다.

그렇다면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것처럼 청주, 나아가 충북의 강력범죄가 많은 걸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않다’다.

SBS 마부작침의 2016년 전국 범죄지도에 따르면 청주시의 인구 1만명 당 5대 범죄 발생건수는 116.14건으로 전국 234개 지역 중 52번째다. 첫 번째는 부산 중구로 409건이다. 범위를 충북으로 넓혀 보면 올들어 지난 9월30일 현재 5대 범죄는 1만8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1877건에 비해 8.8% 줄었다. 반면 검거율은 지난해 79.5%보다 2.2% 올라갔다.

강력범죄가 더 많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도 청주가 범죄도시 오명을 뒤집어 쓰는 것은 최근 들어 전국적 이슈가 될 만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어서일 거다.

예를 들어 네 살 의붓딸 성추행 사건, 축사노예 사건, 딸 성추행 상담교사 살해사건, 여자친구 시멘트 암매장 사건 등이 그것이다.

요즘 네티즌들 사이에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신조어가 난무하고 있다. 심시티서울, 갱스오브부산, 라쿤광주, 고담대구, 마계인천, 뉴올리언스수원 등등. 청주에도 어떤 유형의 신조어가 붙을지 모른다. 그러기 전에 우리 모두가 감정을 조절하며 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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