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자 <시인>

지난 주말에 전주에 있는 금산사를 다녀왔다.

두 손자를 데리고, 아들 식구와 나간 오랜만의 나들이였다. 전주는 환경관리를 어떻게 하는지는 몰라도 온통 시내가 색색 단풍나무로 뒤덥혔다.

너무 아름다워 단풍 구경을 하는 동안에도 단풍 구경하러 먼 곳으로 갈 필요가 있겠냐며 나는 너무 너무 좋아했다.

단풍색이 이렇게 아름다운 건지 탄성을 금치 못했다. 크고 작은 건물 모두 단풍나무로 자기 집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전주 근방에서 가장 큰 가람인 금산사를 방문하기로 했다. 

전북 김제군 금산면 금산리에 잇는 금산사로 가는 길 옆의 가로수들도 가을의 오색 옷을 입고 있었고 멀리 보이는 모악산도 울긋불긋하게 색동옷을 입고 있었다.

금산사에 들어섰을 때 가장 눈에 잘 띄는 것은 미륵전 이었다.

미륵전은 조선시대(1635) 인조 3년에 건조된 팔작지붕 건물이며 국보 62호로 지정돼 있는데, 국보로 지정돼 있는 대장전, 오층석탑, 석등, 석종 중에서도 미륵전이 유명하다.

이 미륵전은 백제시대 이 지방 출신의 진표율사에 의해 크게 중창하여 큰 절이 되었다고 한다.

미륵전은 거대한 미륵입상을 모신 3층으로 돼 있는 법당으로 미륵의 큰 자비와 설법을 의미하는데 1층에는 대자보존, 2층에는 용화지회라는 현판이 걸려있었다.

건물 안쪽은 건물 전체가 하나의 통층으로 되어 있어서 종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금산사는 선조 때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돼 인조 때 재건됐다고 한다.

한때는 스님만 1400여명이 있을 정도로 법주사나 해인사에 비견할만한 큰 사절이었다고 한다.

한 때는 수만명의 불자들이 오갔을 이곳을 나뭇잎들이 싸늘한 이 가을에 찾으니 오히려 서늘한 적막감마저 들었다.

금산사는 한반도 미륵신앙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다.

경내를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선물 가게에 들렀을 때 나는 평소에 갖고 싶었던 은반지를 선물로 받았다. 나는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다.

욕망과 욕심, 사치를 금기시하는 불전 앞에서 한갓 미물에 불과한 이 인간이 속세의 모든 물욕과 청빈을 강조하는 영원히 불가사의 한 미소를 머금은 부처님과 우주 대자연 앞에서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 것 같아 몹시 씁쓸했다.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이 인간에게 언제쯤 깨달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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