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이동희 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벌써 올 한해 달력이 두 장 밖에 남지 않았다. 세월이 빠름을 지금에서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연말이 되면 세월이 더욱 빠름을 느낀다. 아파트 베란다 창밖으로 도로 옆 텃밭에 감나무가 있다. 그리고 감나무 꼭대기에 황금처럼 노랗게 익은 감이 열 대개 달려 있다.

까치에게 주는 우리 텃밭 주인의 사랑 실천인지 아니면 너무 높아서 따지 않은 것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인심이 매우 후하다. 예전 같으면 대 여섯 개 정도 남겼을 텐데 훨씬 더 많이 달려 있다.

우리 조상들은 신이 인간을 만들면서 조물주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을 알았고 그러기 위해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하는 것을 알고 실천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추운 겨울 먹 거리로 까치밥이라고 남겨놓아 미물들의 겨울대비 식량으로 남겨 놓았다. 입동은 지났지만 월력(月曆)으로 보면 곧 다가올 12월이 겨울의 시작이다.

그러면 눈도 많이 내려 쌓이고 추위도 훨씬 더 춥고 산과 들판에 거주하는 동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 질 것이다.

추운 겨울에는 동면을 취하거나 먹 거리를 땅속에 묻어두고 꺼내 먹는 다람쥐 같은 동물도 있다. 인간이 자연의 섭리와 영역을 깨트리고 파괴하다 보니 짐승들의 삶의 터전이 황폐해졌다. 그리고 인간의 지나친 배려심에 의하여 길들여진 짐승들이 많다 보니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적 본능도 약해지는 것 같다. 요즘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도로에 치여 있는 수많은 동물들을 볼 수 있다.

로드킬(Road kill)을 당한 동물들이 피투성이로 흉측하게 도로 한복판에 놓여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함께 살아야 할 동물들이 어쩌다 이런 수난을 당하는지? 이것이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깨트리다 보니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생사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 했다. 아무리 힘센 사람도 돈 많은 사람도 권력과 명예도 모든 사람은 결국 흙으로 빈손으로 돌아간다. 태어날 때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이 세상을 쥐락펴락하며 떵떵거리고 나름대로 파란만장((波瀾萬丈)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흙으로 돌아갈 때는 한 평 남짓한 곳에 묻히며 노잣돈 몇 푼을 쥐고 먼 길을 떠날 뿐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세상도 화염경(華嚴經)의 말처럼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 달려 있다. 원효대사(元曉大師)가 당나라로 불법을 연구하러가던 도중 노숙하며 밤중에 목이 말라 바가지의 물을 매우 달게 마셨다.

그런데 다음날 깨어보니 무덤 옆에서 꿀잠을 잤고 해골바가지 물을 마셨다. 이렇듯 무덤 옆의 단잠도 달콤한 생수도 세상만사 마음먹기 달려 있다는 원효대사의 말이 딱 맞는 것이다.

또한 살다보면 재미있게 살자! 그리고 회식자리나 친척 친구 이웃 등과의 모임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보라고 한다. 요즘 같은 퍽퍽한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세상살이야 마음먹기 달려있고 인터넷만 뒤지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개그 소재 유머 우스갯소리 등 인터넷에 넘치는 것이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편하고 재미있는 소리는 헛소리이다. 헛소리는 타인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 귀찮게 굴지도 않고 나쁜 소리도 아니다. 그저 실없는 소리일 뿐 이다. 우리가 흔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활력소가 되고 삶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 헛소리 이다. 구지 따지고 물어보면 안 된다.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웃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이런 헛소리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부담 없이 웃고 넘기며 즐기는 삶의 활력소인 것이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 진시황(秦始皇)이 불로장생(不老長生)의 불로초(不老草)를 구하기 위해 서불일행을 삼신산(三神山)으로 보내며 부단히 노력하였으나 4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런 천하무적의 진시황도 끝내 세상을 떠났다. 우리네 인생 모두가 떠나기 마련이다.

우리 선대 자자손손 내려온 명언이 “착하게 살아라!”이고 착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우리네 인생 별의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힘들고 어렵고 좋을 때나 기쁠 때 생각나는 사람은 누구일가? 못된 사람은 생각나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고 착한 사람 좋은 이웃은 생각나고 만나보고 싶다. 그러니 착하게 살라는 어른들의 말뜻을 이제야 변하지 않은 인생 최고의 말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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