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칠금금릉동 주민센터 총무팀장 천기용

(동양일보) ‘따르릉 따르릉’ 전화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다.
냉장고를 누군가 길가에 버렸고, 골목을 막고 주차했다던 지, 덩치 큰 개가 돌아다닌다는 전화다. 돈 떼어먹은 사람 주소 찾아달라는 읍소부터 윗집에서 뛰는 소리에 잠을 못 잔다는 호소까지 다양하고 사연도 절절한 민원이 이어진다. 총무팀장인 내가 접하는 민원이 이 정도인데, 직원들이 접하는 민원은 장마철 물 폭탄 같다.
주민센터가 시민들의 쏟아지는 요구사항을 모두 해결하지는 못한다. 이렇게 남은 민원들은 고슴도치 가시처럼 서로를 찌르며 사람 사이를 멀어지게 한다.
뭔가 해결책이 필요했고 ‘깨진 유리창 법칙’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깨진 유리창 법칙’은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하면 나중에 그 지역 일대가 무법천지로 변한다는 것으로, 무질서와 범죄의 전염성을 경고한 이론이다. 화단에 잡초가 많아도 벌과 나비가 날아들어 좋다고 말할이도 있고, 이웃끼리 시기하고 험담해도 사람 사는 재미라는 이도 있을 거다.
생각은 자유지만 생각하고 난 뒤가 문제다. 깨진 유리창은 보는 이들에게 무질서와 이기심이란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며 온전한 유리창마저 깨버리는 비극을 낳는다. 어두운 골목을 방치하고, 모난 이웃을 미워만 하면 살기 싫은 동네가 돼 버린다.
고심 끝에 동민을 하나로 모아줄 캠페인 슬로건을 고안했고, 그것을 실천한 것이 ‘깨끗한 동네, 다정한 이웃’이다.
‘깨끗한 동네’는 길바닥 껌을 떼고 담배꽁초를 줍는 일부터 시작해 우리 동네를 보다 깨끗하고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다정한 이웃’은 이웃과 가깝게 지내는 것을 넘어 서로 돕고 아끼는 공동체의식을 복원하고 누구나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우선 여러 봉사단체가 저마다 행해오던 이웃돕기 활동을 하나의 띠로 둘렀다. 매월 한 단체씩 스스로 정한 방법으로 취약계층을 돕고 다음 달 다른 단체에게 깃발을 전달하는 이어달리기식 봉사를 ‘행복 나눔 이어가기’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남을 돕는 것은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이다. 봉사를 하는 주민이나 배려를 받는 주민이나 활짝 웃는다. 이때만큼은 함께 사랑하고 아끼며 마음이 높고 푸른 가을하늘 마냥 깨끗해 졌으리라.
찾아가는 사랑방 좌담회도 열었다. 동장님과 직원들이 직접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 많은 주민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직접 찾아온 고마움에서였는지, 얼굴을 맞대고 손을 맞잡아서였는지. 센터에 바라는 것을 큰소리 내지 않고 조곤조곤 말했다.
아파트 단지와 자연마을 등지를 돌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건의사항은 해당부서에 전달하거나 직접 처리하며 해결해 나갔고, 사랑방 좌담회를 연 것이 신뢰의 싹을 틔웠다.
공동체의식은 변화를 가져왔다. 9월 전국장애인체전과 10월 전국체전을 앞둔 시점에서 경로당 어르신들까지 가로 화단과 인도변 청결활동에 힘을 보탰고, 주택가 골목길은 반듯하고 정돈된 모습을 갖춰나갔다.대회 기간 중 동민들로 구성된 서포터즈는 경기장에 출근하듯 매일 모여 응원이라는 하나의 목소리로 뭉쳤다. 충주에서 유례없는 큰 대회를 치르며 깨끗한 동네, 다정한 이웃에 관한 동민들의 관심과 이해는 이렇게 무르익어갔다.
올 2월 슬로건 선포부터 10월 전국체전까지 칠금금릉동의 뜨거운 열기를 뿜게 한 ‘깨끗한 동네’와 ‘다정한 이웃’은 멈추지 않고 꿈틀대는 우리의 일상으로 남았다.
전국의 많은 동네가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으로 거듭나는 길잡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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