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수 취재부장

경철수 취재부장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사자성어로 당랑규선(螳螂窺蟬)이란 말이 있다. 메뚜기목 사마귓과에 속한 곤충을 통틀어 이르는 버마재비가 매미를 엿본다는 뜻으로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뒤에 닥칠 재앙을 생각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이 같은 일이 현실화 됐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지난 5~10일 6일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의원총회에 참석하면서 국제기록유산센터 유치와 함께 파리 국립도서관에 전시중인 직지 원본 대여를 시도했다.

그러나 한·불 고문헌 교류 차원에서 추진된 다섯 번째 직지 원본대여 시도는 또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이유는 한국 법원의 대마도 도난 불상 압수를 계기로 무분별한 외국 반출문화재의 압수·몰수를 면제하는 조항이 신설된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 이 정비되기 전까지는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경미(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개정법안 발의를 추진 중인 이 법안도 현실화되기 전까지 수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이는 유네스코의 도난 문화재 되돌려주기 사업에도 위배되는 데다 우리 정부의 ‘문화재 환수법’과도 충돌되기 때문이다. 도난 문화재에 한해서만 압수·몰수하는 전제조건을 달아 정상적인 국가 간 취득 문화재의 무분별한 압류조치를 예방하자는 단서조항을 검토하고 있지만 공감대를 얻기 쉬워 보이지 않는다.

도난 문화재에 대한 입증이 어려운데다 자칫 우리 스스로가 문화유산을 포기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일부 시민사회단체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법안 정비는 필요해 보인다. 국가 간 문화재 분쟁도 분쟁이지만 수많은 외세의 침략으로 밀반출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볼 수 있는 국제 고문헌 교류마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실제 현실화 돼 고려왕조 건국 1100돌을 맞는 내년에 ‘대고려’ 특별전을 기획한 국립중앙박물관이 외국 소장기관들이 문을 걸어 잠가 유물 한 점 구하기 어렵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고려 나전칠기와 불화 명품들을 대부분 소장해온 사찰, 사립 박물관 등이 창구를 아예 닫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압수한 대마도 불상(고려 관음상)을 일단 되돌려 준 뒤 절차를 밟아 찾아와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이 수많은 외세의 침략으로 막대한 문화재가 국외에 반출된 피해국이란 점에서 문화재 환수는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그 명분마저 퇴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됐다. 견리사의(見利思義), 당장 눈앞에 이익을 보거든 먼저 그것을 취함이 의리(義理)에 합당한 지를 먼저 생각하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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