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송영무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 부리부리한 눈매에 무골군인 인상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래서 국민들은 청문회때 제기된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방부장관 역할을 잘 수행해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 그가 국무위원 중 트러블메이커로 등극한 모양새다. 4개월 보름이라는 짧은 기간 장관직을 좌충우돌 수행하며 얻은 결과다. 군인에게 이보다 더 큰 불명예가 어디 있겠는가. 야당의 거친 공격과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한 대통령의 든든한 ‘빽’과 국방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절대 지지를 발로 차 버린 것은 아닌지 실망감을 지울 수 없다.

송 장관이 지난 27일 방문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은 며칠 전 전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됐던 곳이다. 지난 13일 한 북한군 병사가 북한군 추격조가 쏜 40여발의 총탄을 뚫고 귀순에 성공해 세계적 뉴스가 됐다.

당시 우리 군의 대응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질타도 있었지만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공개한 동영상은 이러한 의혹들을 불식시켰다. 오히려 웬만한 첩보영화보다 더 긴박한 순간을 보며 국민들은 귀순용사의 쾌유를 빌고 있다.

송 장관은 이날 국방장관으로서는 최초로 군사분계선(MDL) 바로 앞에 위치한 JSA 대대 2초소에 올라가 북한군 귀순병사의 이동경로와 우리 초소의 임무 및 경계구역 등을 직접 확인했다. 이어 JSA경비대대 한국측 병영식당에서 장병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문제는 여기서 터졌다. 공식적인 식사자리에서 좌장이 ‘한 말씀’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흔하고 당연한 일이다. 송 장관도 장병들에게 식사 전 격려사를 했다.

“원래 식사자리에서 길게 얘기하면 재미가 없는 건데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하죠”

언뜻 보면 자신을 오래 기다린 장병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은 당연한 말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비유가 적절치 못했다. 왜 하필이면 젊은 장병들 앞에서 미니스커트인가.

그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국방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냈다.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식당에 도착해 미안한 마음에서 식전 연설을 짧게 한다는 취지로 한 것인데 본의와 다르게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던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송 장관의 실언은 그동안 여러 번 있어 왔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송 장관은 지난 23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이 구속적부심을 거쳐 석방된데 대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같이 근무한 사람으로 인간적인 입장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적폐청산을 국정과제로 앞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국무위원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라는 지적을 받고 적절하지 못했다고 한발 물러섰다.

송 장관은 앞서 지난 9월 국회 국방위에서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대해 “그 분은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것 같은 느낌이라 개탄스럽다. 워낙 자유분방한 사람이기 때문에 상대해서 될 사람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문이 일자 청와대는 송 장관을 공개 경고하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경고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수습됐다. 송 장관의 실언은 또 있다. 정부의 800만 달러 대북 인도적 지원방침에 대해 “지원시기는 굉장히 늦추고 조절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말해 국방부장관 언급으로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전술핵 재배치 문제와 관련해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가 ”합당치 않다“고 말해 말바꾸기 논란을 자초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잦은 구설로 청와대와 엇박자를 내자 여권에서조차 그를 ‘사고뭉치’로 인식하는 것 같다.

관상을 보는 사람들은 송 장관을 호랑이 상이라고 한다. 호랑이는 독불장군이다 보니 주변에 우군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송 장관이 구설에 휘말릴 때 마다 불쌍할 정도로 외롭게 싸우는 것을 국민들은 생생하게 봐 왔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국방장관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하는 것을 국민들은 원치 않는다. 북한 핵 위협 앞에 놓여있는 요즘, 우리에게 강골기질의 국방장관이 필요한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송 장관이 할 일은 다시 맹수의 왕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이젠 말 실수로 동네북 되지 말고 천하를 호령해야 한다. 그래야만 안보를 믿고 맡길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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