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평주 원장

내 병원에 10년째 다니는 부부가 있다.

지금은 60대 초반으로, 두 분 다 사람됨이 온순하고 느긋한 성격이다. 아내는 고혈압,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정기적으로 내원하고, 남편은 감기, 소화불량 등으로 가끔 오신다.

두 분 모두 호흡기가 좋지 않은데, 아내는 과거에 농흉으로 수술을 받았었고, 남편은 결핵성 늑막염으로 치료를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 병원에서 폐렴구균백신도 맞았고, 해마다 독감백신을 맞으신다.

올해 9월 중순경에 그 남편이 병원에 왔었다. 증상은 근육통과 흉통이었다. 체온은 정상이었고, 폐 청진 소견상 정상이었다. 과로에 의한 몸살로 보고, 휴식을 취하라고 하고 진통제를 3일 처방했었다.

3일 뒤에 다시 왔는데, 아직도 몸살이 있고 몸 컨디션이 안좋다고 했었다. 진찰 소견은 정상이었다. 그래서, 진통제 주사를 놓고 약을 변경한 후 다시 3일 처방을 했었다. 그 후로는 오지 않았다.

그 후 약 한달 뒤에 아내가 혈압약을 타러 와서는, 남편이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하고 최근 퇴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폐렴 예방주사를 맞았는데도 폐렴에 걸릴 수있냐고 물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폐렴을 놓치다니··· 더군다나 두번이나 병원에 왔었는데··· 흉부 X-선 검사를 왜 안했을까? 오진을 하거나 진단을 놓치면 환자의 원망이나 법적 소송도 두렵기는 하지만, 나를 자책하며 괴로워하게 된다. 변명 거리는 있었다. 그 환자는 폐렴의 전형적인 증상인 열, 기침과 가래가 없었다.

폐렴은 세균, 바이러스, 이물질의 흡인 등에 의해서 발생한다.

폐렴의 진단은 X-선 검사가 필수이다. X-선 검사상 폐침윤이 있으면서, 발열, 기침, 가래가 있으면 폐렴으로 진단된다.

폐렴으로 진단이 되면 심한 경우는 입원을 하기도 하지만 통원 치료도 가능하다. 환자의 몸상태가 좋고 식사를 잘하면서, X-선 검사상 폐침윤이 심하지 않으면 항생제, 거담제, 해열제 등을 쓰면서 통원 치료를 하면된다.

폐렴 예방주사로 알려진 폐렴구균백신은 폐렴중 폐렴구균에 의한 것만 예방되므로, 접종을 하면 모든 폐렴에 안 걸리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된다.

폐렴구균 예방주사는 현재 23가 다당백신과 13가 단백결합백신의 두 종류가 있다. 고가이지만 예방 효과가 훨씬 좋은 13가 단백결합백신이 추천되며, 6-12개월 이후 23가 다당백신의 추가 접종을 하면 더 좋을 수 있다. 23가 다당백신을 먼저 맞았으면, 1년 뒤에 13가 단백결합백신의 접종이 권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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