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무원 자릿수만 늘린다”, “역할 불명확” 비판

▲ 충북도청 본관 전경.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충북도가 정무 분야를 담당할 3급 상당의 ‘전문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키로 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진섭 충북도 행정국장은 30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과 행정안전부 2017년도 지자체 조직관리 지침에 의거 전문임기제 공무원 1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국장은 “현재 행안부와 협의 중에 있으며 승인이 통보되면 채용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말 ‘지자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정원 외 전문임기제 공무원 제도’를 도입,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이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직 지식이 요구되거나 단체장 역점 시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보좌기구를 만들어 정원 외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내용상 정무기능의 부단체장 아래 직급을 한 명 더 채용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제도 시행 첫해부터 지자체들이 앞 다퉈 전문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역지자체는 세종·인천·부산·대구·울산·경북·강원 등이고, 기초지자체는 경북 포항시, 경남 창원·김해시, 경기 안산·부천·고양·평택·광명·화성·시흥·용인시, 서울 서초·성북·성동·도봉구, 전북 전주·익산시, 강원 원주시 등이다.

경북도의 경우 지난 8월 2급 상당 전문임기제공무원인 사회경제일자리특별보좌관에 전 경북도 새마을 회장을 임명했다. 김관용 지사의 정책결정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포항시의 경우 지난 6월 전 자치행정국장(4급)을 3급 정무특보로 채용했고, 세종시도 전 안전총괄과장을 3급 농업정책보좌관으로 채용했다. 퇴직한 측근 공무원을 위해 만든 자리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2~3급(광역) 또는 3~4급(기초)이 한 자리씩 늘어났다. 부단체장 한 자리를 더 요구하던 지자체 민원이 일정 부분 해소된 것이다.

청주시도 지속가능한 국제 교류와 해외 통상업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국제통상 업무를 자문할 전문임기제인 ‘국제협력관’을 별도 신설 중이다.

충북도가 공식적으로 전문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할 계획을 밝히기도 전에 벌써부터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임기는 임명자인 단체장의 임기만료일 범위 내에서 1년 단위로 임용되며 최대 5년까지 할 수 있다. 다만 내년은 지방선거가 있어 6월 30일까지가 임기다. 별도의 공모절차 없이 단체장 권한으로 임명할 수 있어 사실상 이시종 지사의 전적인 의중이 반영된 인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오 국장은 “전문임기제공무원을 임용하면 효율적이고 역동적인 도정추진을 위해 정무부지사, 정무특보, 임기제공무원과의 역할을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용전부터 실효성과 지방선거를 의식한 측근 기용이 아니냐는 등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청주시청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불필요한 ‘시아버지’가 한 명 더 늘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배치한다는 명분은 좋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며 “채용 후에도 ‘따로국밥’ 신세를 면치 못해 조직 내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을 정무부지사로 전격 채용해 한바탕 홍역을 치룬지 얼마 안 돼 또 다시 정무형 인사를 채용하려한다”며 “지자체의 탄력적 운영을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단체장 측근을 위한 고위직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 광역의원은 “역할이 분명한 전문 직제를 만든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정무보좌진 같은 역할도 명확하지 않은 자리를 만드는 것은 문제”라며 “결국 단체장이 측근들을 채용하는데 이용하는 제도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행안부가 지자체에 일 안하는 공무원 숫자를 하나 늘려준 꼴”이라며 “단체장은 365일 정무적 정치활동을 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정무특보 같은 고위직 보좌진을 왜 허용하는지 이해 할 수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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