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요즘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불안하게 본다고 한다. 금방 전쟁이라도 터질 것 같은 일촉즉발 분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괌이나 하와이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폭격에 대비한 대피훈련도 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일본 아베 정권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자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대한민국은 어떤가. 북한의 잇단 도발로 마음 편한 국민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외국에서 보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는 않는다. 쌀이나 라면 사재기를 했다는 소식을 듣지도 못했다. 당사자로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현 상황을) 끌어안고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안보 불감증이냐, 결단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북한 리스크는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원화는 더 강세를 띠고 있고 주식시장과 채권시장도 보합권에 머무르고 있다.

북한 도발에도 평온한 금융시장, 이같은 현상을 전문가들은 북한 리스크 학습효과로 분석한다.

세월호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또 선박 충돌로 15명이 숨지는 해상사고가 발생했다. 세월호 충격 탓에 이번 낚싯배 전복사고는 국민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고도 남았다.

그런데 이번 낚싯배 전복사고 수습과정에 그간 볼 수 없었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사고 발생후 49분만에 첫 보고를 받고 이어 위기관리센터를 찾아 서면보고까지 포함해 4차례 보고를 받았다. 또한 현장을 중심으로 한 구조작전 지시를 내리고 국민들이 의구심을 들지 않도록 필요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언론에 공개해 추측성 보도를 막을 것을 특별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진두지휘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10일 취임후 최근까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는 총 7차례에 달한다. 물론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연관이 있다. 북한이 미사일 11차례, 핵 실험 1차례 등 12차례 도발을 감행한점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상황에 즉각 대응한 셈이다.

포항 지진 사태 때는 동남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보고를 받고 귀국 즉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열어 상황을 점검했다. 이어 여진을 감안, 다음날 예정된 수능을 파격적으로 연기토록 해 깜짝 놀라게 했다. 1주일 연기된 수능은 별탈없이 끝났다.

또 문 대통령은 발리 화산 폭발로 공항이 폐쇄되자 발이 묶인 한국인을 위해 전세기 파견을 지시했다. 이같은 조치로 700~800여명에 달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은 무사히 고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의 이런 행적은 고스란히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됐다. 그 배경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대응 실패에 따른 ‘학습효과’가 있다. 현장을 무시하고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시 이미 희생자들이 배에 갇혀 침몰한 상황인데도 사고 발생 7시간30분이 지난 시각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다 그렇게 구명 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하고 우문(愚問)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수백명의 어린 학생들이 수장됐는데도 사고현장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답을 내놓은 것은 박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겻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박 정부가 해양사고 발생시 이것들은 따르지 말아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해 준 셈이다.

이를 의식해 문 대통령은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이 발생하면 직접 나서 진두지휘한다. 대통령이 선봉에 나서니 국민들은 일단 안심한다. 그런데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될까 걱정도 든다. 또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으로 흘러 대통령만 보이고 정부는 보이지 않는 세상이 될까 염려도 된다. 장기전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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