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 <충북지속가능발전협 사무처장>

책상위에 앉아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던 네팔 ‘칼린촉 직지 초등학교’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눈에 선하다.

지진으로 무너진 학교의 잔해더미 앞에서 하늘을 지붕 삼아 구름위에서 수업하던 어린 학생들이 새로 지어진 학교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다.

몽당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빛바랜 노트에 선생님의 말씀을 적어나가던 고사리 손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2015년 4월 25일, 5월 10일 발생한 네팔 대지진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희망을 앗아갔다.

가족들의 생활공간인 집, 미래세대가 공부하던 학교, 조상의 숨결을 간직한 역사 문화유산 등이 무너져 버렸다. 각국에서 구호물자가 들어왔지만 산골 오지 마을은 비를 피할 공간, 학생들의 수업 공간조차 복구 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대표적 마을이 카지룽(khajilung 2300m) 마을이다. 이 마을은 이번 대지진 최대 피해지역으로 알려진 신두팔촉(sindhupalchok)의 작은 마을로 두스쿤(dhuskun) 마을 발전위원회에 속한 9개 마을 중 8번째 마을이다.

셀파종족 전통마을로 총 23세대가 살고 있는데 집은 모두 무너졌고 마을 중간에 있는 학교도 무너졌다. 밤에는 칠 흙 같은 어둠속에서 ‘또 무너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충북의 시민사회단체는 지구촌 하나 되기 ‘나눔과 동행’을 결성해 5월 28일 카지룽로 떠났다. 카지룽은 카투만두에서 동쪽으로 차로 여섯 시간, 걸어서 한 시간 거리에 있다.

마을 주민들은 “이 마을에 외지인이 처음 방문했다”며 매우 반가워했다.

무너진 집 옆에 임시로 지어진 움막에 천막을 덮어 씌웠다. 6월이면 우기가 다가오는데 비를 피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연신 악수를 청한다. 집집마다 태양광을 설치하고 전구를 달았다. 마을 발전위원장 역할을 하는 노루부 셀파는 “이 빛은 어둠을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희망을 선물한 것이다.

절망 속에서 새롭게 시작할 힘을 얻는다”며 연신 감사를 표한다. 임시학교를 지어주며 새로 학교를 지어주겠다 약속을 했다.

1년의 시간이 흐른 후 2016년 학교 준공식을 위해 다시 카지룽을 찾았다.

주민들은 타향살이한 자식을 맞이하듯 환대해 주었다. 임시학교가 철거되고 학생들은 건물 밖 태양 볕 아래서 야외에서 수업을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학업에 충실했다. 학교가 완성되고 학생들은 교실로 들어갔다. 학생들의 환한 웃음과 선생님과 주민들의 눈시울이 잠깐의 정적을 만든다.

비록 가난의 수렁에 갇힌 저개발 국가지만 그들은 꿈과 희망을 놓지 않았다. 마을주민 및 운영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칼린촉직지초등학교(SHREE KALINCHOK JIKJI PRIMARY SCHO

OL)현판도 달았다.

떠나는 길 함께했던 모든 대원들은 ‘우리가 베푼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도움을 받아 힐링이 되었다’고 한다.

빈곤하지만 자연에 순응하며 감사해 할 줄 알고 성심을 다하는 순박한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삶을 성찰해 본다.

질병과 자연재해는 가난한 나라 국민에게 더 많은 고통을 가져다준다. 우리 지구촌 하나 되기 ‘나눔과 동행’은 지속가능한 지구의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지구촌 가족과 함께 하기를 다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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