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페리얼칼리지런던·듀크대 연구, 의학 권위지 '랜싯' 게재

청주 무심천서 운동하는 시민들 공기 나쁜 도심에서 하는 운동은 건강에 해롭다는 논문이 의학권위지 ‘'더 랜싯'에 발표됐다. 6일 청주시 무심천변에서 시민들이 걷기운동을 하고 있다.<사진 하은숙>

■미세먼지와 운동, 건강에는

"운동을 비롯한 신체활동은 알약 수천 알 이상의 가치가 있다."

현대인의 삶에서 운동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사항이 아닌 필히 해야하는 필수사항이다.

운동은 체내의 신진대사를 활성화해서 우리 몸의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시키고, 성인병의 원인과 현대인의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비만을 예방하고, 해소할 뿐만 아니라 삶의 활력소를 부여해준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대장의 배변기능을 좋게 하여 식이섬유와 마찬가지로 발암물질의 체내 체류시간을 줄이고 몸 밖으로 배출시키켜 암과 관련된 위험요인을 감소시켜 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가진다.
이 때문에 야외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그런데 산책이나 걷기 등 유산소운동을 공기 나쁜 도심에서 하면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오염된 공기를 마시는 악영향이 운동의 건강 증진 효과를 상쇄한다는 것이다.

●"공기 나쁘면 산책도 삼가해야"

공기 나쁜 도심에서 산책을 하면 건강에 오히려 해로우니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연구 결과가 의학 권위지 '더 랜싯'(The Lancet)에 실렸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미국 듀크대 연구진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논문을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실험 대상자는 건강한 사람(40명)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40명), 허혈성심장질환(IHD) 환자(39명) 등 만성질환자가 섞여 있었다. 이들은 모두 만 60세 이상이었으며 최근 12개월간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다.

연구진은 실험에 참여하겠다고 자원한 이들 119명이 런던 시내의 혼잡 지역 '옥스퍼드 스트리트'나 도심 공원 '하이드 파크' 에서 낮 시간에 매일 2시간 걷도록 하고, 산책 전후에 폐활량, 혈압, 혈류량과 함께 동맥경직도를 나타내는 맥파 전달 속도와 파형증가지수 등을 측정했다. 기침, 가래, 숨참, 재채기 등 증상도 함께 기록했다.

아울러 검댕,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이산화질소(NO₂) 등 대기 오염물질 수준에 대한 데이터도 기록해 분석 데이터로 삼았다.

분석 결과 똑같은 2시간 산책이라도 공기가 비교적 좋은 하이드 파크에서 하는 경우와 오염이 심한 옥스퍼드 스트리트에서 하는 경우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랐다.

이들이 공기가 비교적 맑은 하이드 파크에서 산책한 후 폐활량은 유의미한 수준으로 개선됐으며, 이런 개선 효과가 24시간 넘게 지속되는 사례가 많았다.

또 동맥경직도를 나타내는 맥파 속도는 건강한 사람과 COPD 환자에서 24%, 심장질환 환자에서 19% 감소할 정도로 공기가 맑은 곳에서 운동을 할 때 긍정적 효과가 컸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하이드 파크에서 산책을 시작한 후 5시간 뒤 폐활량이 7.5% 증가했고, 3시간 뒤 맥파 속도는 5% 감소했으며, 이런 긍정적 변화는 26시간이 지나도 지속됐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옥스퍼드 스트리트에서 산책한 경우 폐활량은 산책 시작 후 잠시 증가했다가 곧 제자리로 떨어졌고, 동맥경직도는 7% 높아졌다.

●자동차 매연 초미세먼지 노출영향

이런 부정적 변화는 디젤 자동차에서 나오는 검댕과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COPD 환자들의 경우는 대기오염물질에 노출되면 기침, 가래, 숨참, 재채기 등 증상이 악화되는 사례가 많았다.

또 건강한 사람, COPD 환자, IHD 환자 모두 동맥경직도를 나타내는 맥파 전달 속도가 옥스퍼드 스트리트 산책 후에는 3∼7% 높아졌고 하이드 파크 산책 후에는 5∼7% 낮아졌고 이런 부정적·긍정적 효과는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옥스퍼드 스트리트에서 산책한 경우 대기오염 수준에 따라 허혈성심장질환자 중 정기적으로 약을 먹지 않는 사람은 동맥 경직도가 더욱 심하게 악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공해 줄이는 대책 필요"

연구진은 모든 입수 가능한 증거를 함께 고려해 볼 때 건강한 사람이든 만성 심혈관·호흡기 질환을 가진 사람이든 오염이 심한 거리에서 걸어다니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그 이유에 대해 "오염이 심한 곳에서 걸어다니면 심혈관·호흡기에 미치는 운동의 긍정적 영향이 상쇄되거나 심지어 역전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논문 교신저자인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호흡의학과의 판 청 교수는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등 많은 사람들은 자주 할 수 있는 운동이 걷기밖에 없다"며 "공해를 줄여서 어떤 환경에서도 운동의 이로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저자인 듀크대 글로벌환경보건학과 준펑 장 교수는 "대기 오염 기준을 더욱 엄격히 설정하고 도시의 교통 통제 조치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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