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 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고교학점제가 도입, 고등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얼핏 학점제를 떠올리면 대학 교과과정을 우선 생각하게 된다.

현행 대학 교육제도는 학생이 재학기간 동안 자신의 전공과목을 수강하고 교양 분야 등 각 대학이 정한 다양한 과목을 듣고 각 과목별로 부여된 학점을 이수해야 만 졸업이 가능하다.

재학 중 수업에 빠져 출석일수가 모자라거나 성적이 나오지 않을 경우 학사경고를 받게 되고, 누적 횟수에 따라 재수강을 통해 학점을 반드시 이수해야 만 대학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하는 것으로 골자로 한 고교학점제 시행을 교육당국이 확정 발표했지만, 적절성 문제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당국은 대학 교과과정과 유사한 고교학점제를 오는 2022년 시행을 목표로 체계적인 준비와 검토를 거쳐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문제를 최근 확정했다고 한다.

문제점을 제기하는 측은 과연 5년 내에 현행 체계를 완전히 개편해 수업평가 방식에 대한 혁신과 대입제도 개선 등을 이 기간 내에 추진할 수 있겠느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국내 교육제도와 방식이 큰 변화 없이 내려온 탓도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우리 학부모들의 교육 열기를 놓고 볼 때 이 문제는 아주 민감하다.

취지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막상 정부가 제도 확정과 5년 뒤 단계적으로 제도 도입을 밀어붙일 태세를 보이자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우리나라 교육제도 근간을 바꾸게 될 이 제도는 물론 연구 선도학교를 먼저 지정해 운영해본 뒤 순차적으로 대상학교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현재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할 시점부터 적용된다고 하니 대상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선뜻 내키지 않는 분위기다.

학부모들을 포함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사회적 신뢰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 우선돼야 할 대목이다.

고교교육 혁신이라고 불리는 고교학점제 근간은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이라는 게 교육당국의 설명이다.

학생들의 진로선택과 학습능력에 따라 원하는 과목과 수준을 선택하는 교육과정이 운영된다고 한다.

교사의 자율성에 기초한 수업과 평가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미도 있다.

게다가 수도권과 비교해 볼 때 교육 여건이 열악한 시골지역 교육격차 해소 문제도 중요시 여겨야 할 과제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알기보다는 큰 틀에서 현재 대학 교과과정으로 이해하면 될 듯싶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인해 연계되는 대입제도 개선도 공론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등학교부터 교육제도가 바뀐다고 하니 당연히 연계되는 대입 문제를 포함한 대학 교과과정 변화도 주목되고 있다.

교육당국은 대상학교를 선정해 오는 2011년까지 연구·선도학교를 운영해보고 학점제 도입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정책연구와 더불어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일정을 잡았다.

이 기간 동안 교육현장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2022년부터 전면도입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겉으로는 교육과정 혁신을 통해 ‘교육이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이정표를 세우고 싶겠지만, 학부모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불안 해소가 우선돼야 할 듯싶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교육당국의 원대한 계획이 잘 안착되려면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교육제도가 뒤틀릴 경우 나라의 미래는 생각해 볼 여지없이 암울할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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