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스런 실책이다. 대전시가 요란스럽게 추진해온 대단위 프로젝트인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이 무산된 건 고질적인 조급증과 준비부족 등으로 인한 시행착오 결과다. 이 사업은 여객터미널은 물론 BRT 환승센터, 행복주택, 유성보건소 이전 등과 결부된 대전북부권 교통허브를 견인하는 대형 사업이다. 그런 만큼 지역사회의 지대한 관심 속에 사업이 정상 추진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결국 올해 하반기 착공하려던 계획은 무산됐고,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는 유성복합터미널을 추진하면서 보여준 매끄럽지 못한 행정판단으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게 됐다. 불투명한 행정, 민간업체와 빚은 갈등 조정능력 부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부담으로 돌아왔다.

최근 대전시는 내년 예산안에 유성복합터미널 진입로 공사비로 100억원을 편성했다. 폭 20m, 길이 770m의 왕복 4차로 도로를 개설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의 일부다. 진입로를 개설하려면 238억원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국비 86억원을 지원받고, 나머지 152억원은 시비를 집행해야 한다. 시는 이번에 1차로 100억원을 확보하고, 내년에 추경예산을 통해 52억원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기반시설 성격의 터미널 진입로는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가 부담한다는 게 대전시의 원칙이었다.

하지만 지난 6월 3차 사업자 공모가 무산되자 이런 원칙이 무너졌다. 연거푸 사업 추진에 실패해 부담을 느낀 시는 진입로 비용을 직접 투입해 민간업체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나섰다. 2014년 추진한 3차 사업자 공모 실패는 대전시와 도시공사가 자초한 일이다.

우선협상대상자인 롯데컨소시엄(롯데건설·계룡건설·KB투자증권)과 사업협약을 하며 이해하기 힘든 행정을 펼쳤다. 컨소시엄 측은 협약체결 기한(2013년 12월 27일)에 맞춰 사업협약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공모지침 상으로 계약 해지 사유가 명백했다. 이 때문에 도시공사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고 후순위 협상대상자와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공식 발표까지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사흘 후 도시공사는 계획을 뒤집고 롯데컨소시엄과 돌연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대전시의 이런 행정판단 결과는 처참했다. 후순위 사업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빌미가 됐고, 이는 사업 지연에 따른 공사비 상승을 불러와 결국 추진이 불발됐다. 대전시와 도시공사는 컨소시엄 관리에도 소홀했다. 지난 3년간 컨소시엄과 갈등을 겪으며 협상 진척이 없었지만, 시민에겐 정상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거짓말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대전시와 도시공사가 보여준 행정 실패의 대가는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152억원의 비싼 수업료를 내야 했고, 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남게 됐다.

수백억원의 세금 낭비에 대한 책임소재는 어떤 방식으로든 가려져야 한다. 정책 결정상의 문제점과 함께 정책 입안자의 과실 여부 역시 엄정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독단과 독직이 드러날 경우에는 낭비된 혈세를 보전받는 구상권까지 행사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 무산 이후 깔끔한 처리는 향후 대전시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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