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목적 이해 못한 처사” vs “예산 낭비·이념적 사업”
예결위서도 핵심 사업 예산 삭감…본회의서 부활될까 관심

▲ 7일 충북교육연대 회원들이 도의회 앞에서 교육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충북도의회 상임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칼질 당한 도교육청의 내년도 핵심 사업 예산안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예산 삭감을 두고 보수와 진보 진형 간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도의회 예결위는 7일 3차 회의에서 상임위인 교육위로부터 넘어온 내년도 도교육청 예산안 2조5332억원 중 21개 사업 27억1236만원을 삭감해 본회의로 넘겼다. 이는 지난 5일 교육위 심의에서의 삭감 내역과 같다.

예산낭비 논란을 빚은 충북형 혁신학교 행복씨앗학교 예산 19억8300만원 중 9억6500만원이 상임위에서와 같이 삭감됐고, 혁신학교 지원 사업 9000만원과 소통토론회 운영비 3200만원 등 15개 사업도 그대로 전액 삭감됐다.

앞선 교육위 심의에서 ‘행복’, ‘혁신’, ‘민주시민교육’ 이름이 붙은 이른바 ‘진보교육감 표 예산’이 집중 삭감되며 교육계 안팎에서는 “진보교육감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시민사회단체들이 찬·반 입장으로 나뉘어 갈등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충북교육연대는 이날 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교육연대는 “교육예산은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에서 공부하고 당당한 민주시민으로 자라나도록 가르치는데 쓰는 예산”이라며 “예결위는 반드시 삭감된 예산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북교육발전소도 성명을 통해 “(혁신학교 등 예산 삭감은) 학교를 혁신하고, 교육주체들과 소통하고, 환경을 살리고,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충북교육의 나아갈 바를 가로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 역시 같은날 성명을 내고 “학교 혁신과 민주시민교육의 대세를 거스른 이번 예산 삭감 결정을 규탄한다”며 “도의회가 근시안적 판단으로 충북교육을 망치질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충북교육연대 회원들이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장 앞 복도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반면 충북교육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교육위의 예산삭감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예산삭감 사업들은 시행되지 말았거나 시행 후 문제가 확인된 사업으로 더 이상의 집행은 예산낭비이거나 특정단체 지원, 특정이념 교육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예산 삭감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충북교육과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길 바라고 자중하라”고 덧붙였다.

도의회도 혁신학교 사업의 ‘혈세낭비’ 사례를 들어 반박하고 있다. 앞서 교육위는 충북형 혁신학교인 행복씨앗학교 예산을 삭감하면서 “사업목적에 어긋난 예산집행과 비 혁신학교와의 예산지원 차별”을 이유로 들었다.

도교육청은 이번 예결위에서 삭감된 예산이 일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국 상임위와 동일한 삭감 내역으로 계수조정이 이뤄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예결위심사·계수조정을 거친 예산안은 오는 14일 도의회 360회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삭감 예산 대부분이 학생교육과 관련한 주요 핵심 사업예산인 만큼 의원들을 최대한 설득, 본회의에서 최대한 사업비를 되살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도의회 의석 30석 중 17석을 한국당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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