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주도 고교 현장 실습생 사망사고 이후 특성화고의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하기로 하면서 학교 현장과 기업·건설 현장에 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특성화고의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지난 1일 밝힌 가운데 현장에서는 ‘문제가 생겼다고 당장에 폐지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교육부는 당초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던 ‘현장실습 체제 개편안’을 최근 제주도 현장실습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시행시기를 내년으로 앞당겼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사고는 안타깝지만 개선해나가면 될 일이지 여론에 떠밀려 갑자기 결정을 바꾼 교육부에 대해 믿음이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특성화고 고등학생의 현장실습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을 취업에 나서기 전에 산업체 현장에 적용해 보는 차원으로 유용하고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현장실습을 빙자한 학생들의 노동력 착취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행 특성화고 학생들은 졸업하기 전인 3학년 2학기 때 각 기업체로 ‘현장실습’을 나간다. 자기 전공분야를 살려 산업 현장에 가서 직접 실습을 해 보는 과정이다. 학교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기업체와 협약을 맺고 학생들을 생산 현장에 보내고 있다.

특성화고의 파견형 현장실습은 이미 취지를 벗어나 크게 변질된 지 오래다. 일종의 현장파견 대체수업을 염두에 두고 시행한 것이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저임금, 단순 노동력 공급 수단으로 악용됐다.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에도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교육당국은 물론이고 학부모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학생들의 현장실습이 노동력 착취에 다름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배운 것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장시간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험한 일을 강요당했다.

건설현장 청년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부터 본격 시작된 ‘건설현장 맞춤형 도제식 훈련’도 암초를 만났다.

건설현장의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청년 건설인력 육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 같은 분위기는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학령인구 감소 등까지 겹쳐 점점 학교 신입생 미달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율이 더 떨어져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장실습이 취업률의 제고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학교와 학생들의 선호가 남아있을 수밖에 없어 기대하는 수준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교육당국의 올바른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취업률 경쟁보다 학생들의 인권이 우선이어야 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선 학교에서는 무조건적인 폐지보다는 특성화고의 장점인 현장실습과 취업을 살리고 보다 촘촘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근본적인 체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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