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이제 다사다난했던 2017년 정유년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언론에 오르내린 말이 ‘내로남불’이라는 용어이다. 똑같은 연애라도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못된 의식구조를 꼬집는 괘 오래 된 신조어(新造語)이다. 자신의 잘못에는 관대한 반면 남의 잘못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하는 태도를 지칭하는 말로서 남에게는 엄격하지만 자신에게는 관대한 이중적인 태도를 일컬음으로 유의어로 아전인수(我田引水)가 있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잡고 적폐청산을 기치로 출발한 문재인정부 인사등용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온 고위공직 후보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위장전입, 논문표절, 병역기피, 음주운전, 세금탈루, 자녀국적 등 각종 부정과 비리의 의혹에 논란이 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명된 사람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행세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씁쓸함을 금 할 수가 없다.

공직후보의 부정과 비리 의혹을 비판하던 의원들이 이제는 후보를 감싸기에 여념이 없고, 예전엔 후보의 부정 비리를 감싸던 의원들이 거꾸로 비판에 앞장선다.

또 새해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올리자 깎자 야단법석을 떨면서도 자기들 세비는 여야가 합작하여 2.6%나 올렸고, 자기들 비서관 수를 슬며시 늘렸다. 또한 고위급관료, 국회의원, 사회지도층인사들의 가족의 국적을 보면 자녀나 부인이 미국국적을 갖고 있거나 이중국적소유, 영주권소유자 들이 대다수란다. 또한 현 정부가 없앤다는 특목고를 그들의 자녀들은 이미 졸업시켜 외국에 유학을 보낸 일이 수두룩하다.

거짓말쟁이일수록 정직하게 살려고 애쓰는 사람을 ‘교만하다.’ ‘혼자 잘난 체 한다’고 비난하는 법이다. 거짓된 삶과 거기에서 오는 도덕적 열등감, 부정직한 입으로 정직을 말하는 자기모순, 이 심각한 윤리적 딜레마를 내로남불의 이중 잣대로 탈출해 보려는 것이 위선자들의 오랜 습성이다. 거짓 정치인, 거짓 지식인은 물론 거짓 예술인, 거짓 종교인들도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낯 두꺼운 정치인들의 뻔뻔한 내로남불을 비판하면서 우리 스스로도 내로남불에서 자유로운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내로남불은 정치인들의 문제이기 전에 우리 자신의 문제요 우리 사회와 국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기 눈의 쓰레기는 못 보면서 남의 눈의 티끌은 잘 본다고 한다. 미래를 보고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그립다. 오래 전 열반하신 조계종 전 총무원장 지관스님께서 세간에 유행시킨 ‘수평불류(水平不流)’라는 말이 있다. 물도 평평한 곳을 흐를 때는 소리를 내지 않는 법이다. 사람 역시 공평하고 신뢰가 가는 사람은 뒷말이 없기 마련이다. 하여 이를 ‘인평불어(人平不語)’라 하였다. 또한 조선 선조 때 충청도 공주에 살던 서기(徐起)라는 학자가 쓴 시대를 한탄하는 한시에서 형수인심다고성(形獸人心多古聖) 형인심수진금현(形人心獸盡今賢)이라고 표현한 구절이 있다. 그 뜻은 생김새는 짐승이나 마음은 사람다운 자는 먼 옛날 성인가운데 많고 생김새는 사람다우나 마음은 짐승인자는 오늘날 현자 즉 많이 배우고 똑똑하며 지성인이며 지도자급이라는 인간들이 다 여기에 속한다하며 세상을 한탄한 기록이 있다.

오늘날 정치인, 경제인등과 사회 지도급인사들은 모두가 후자에 속하지 않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 보아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언제나 선거출마자들의 면면을 보면 흠이 없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세간에 선거는 훌륭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나쁜 사람들 중에서 그나마 덜 나쁜 사람을 뽑는 거라는 웃지 못 할 말이 떠돌아다닌다. 후보자들은 누구나 자기의 언행을 합리화 정당화 시키려 할 것이다.

보수니 진보니 극우니 극좌니 하며 흑백논리로 흑색선전도 엄청 날 것이다. 또한 군중심리를 충돌질하여 정치적 꼼수로 자기들의 입지를 강화하고 상대편에게 비수를 꼽는 비열한 행태도 만연할 것이다. 그러나 더 걱정이 앞서는 것은 일부 언론이 진실을 왜곡하고 허위과장 보도로 세상을 어지럽히고 혼란에 빠지게 편파 보도를 한다면 국민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여 엉뚱한 자를 또 당선시킬 것이다.

세상은 늘 변한다. 그러나 절대성과 보편성, 영원성을 가질 때 우리는 진리라고 부른다. 이제 국민들은 바보가 아닌 이상 정치인들의 이 같은 내로남불 놀음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정치인들도 내로남불이 아니라 내가하는 잘 못된 로맨스는 나의 불륜임을 ‘내로내불’이라 정직하고 용기 있게 고백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정치인들이여 다음의 ‘마틴 루터 킹’의 유명한 말의 심오한 뜻을 곱씹어 보시오. “역사는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사회적 전환기에서 최대의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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