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민 원장

어느 새 12월.. 날씨가 추워지면서 마음까지 다소 위축되는 요즈음인데, 주위에서 간간히
“어떤 집에 남편이 또는 아내가 바람이 나서 결국 이혼을 했네.. 어쩌네” 하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면 왜 중년기에 외도가 잦아지는 걸까?
 
 연구에 따르면, 성인기의 전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약 5년의 기간’ 동안에 성인발달에 있어서 위기를 많이 겪는다고 해서 ‘중년의 위기’라고 하고, 이 시기에 부부간의 갈등, 혼외 정사 등의 사건이 많아진다고 한다. 아울러 이 시기에는 직업적 성취 경쟁의 결말이 어느 정도 방향을 잡고, 자녀 양육에서도 어느 정도 해방이 되면서 사춘기에 가졌던 혼란을 다시 경험한다고 해서 이 시기를 ‘사추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시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남녀 간에 차이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는데, 여성들은 내부에 있던 남성성(아니무스)을 회복하면서 이전보다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이 발달하고, 더 과감해진다. 이에 반해 남성은 내부에 있던 여성성(아니마)가 강해지면서 이전보다 더 섬세해진다. 그러면서 아내는 남편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남편은 아내를 평가절하하게 된다. 그러면서 더 이상 서로를 이성으로 보지 않게도 되는데, 이 시기에 남편은 아내가 자신을 애(아이)로 취급하는 것처럼 느끼고, 지나치게 자신을 통제하여 숨 막히게 하면서 박탈감과 굴욕감을 준다고 느끼게 된다. 결혼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겪는 이러한 남·녀간의 변화는 배우자에 대한 회의나 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면서 현재의 배우자를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기도 하는데 번번히 실패로 돌아간다. 결국은 현재와 다른 스타일의 배우자를 동경하게 되고, 현재 배우자의 약점을 비난하며 반대의 특징을 가진 사람을 이상화하게 된다.

 또한 이 시기 여성은 성경험이 늘어가면서 성적 쾌감을 느끼는데 민감해지고, 성에 대해
훨씬 적극적으로 변하고, 마음 깊은 곳에는 자신이 여자임을 확인받고 싶어 하며, 아직도 자신이 이성에게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기의 남성은 성적 능력이 퇴화되고, 성에 대해서도 다소 소극적으로 변한다. 그러면 여성의 입장에서는 남편이 자신을 성적 상대로 거부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가 있다.
 중년이 되면 젊었을 때와 달리, 심리적인 안도감이나 사랑이 깔려 있어야 성적 반응이 일어 나는데, 남편은 부인에게서 ‘신뢰, 인정, 지지, 감사의 마음’을 느끼길 원하고, 부인은 남편에게서 ‘관심, 이해, 존중, 공감의 마음’을 느끼길 원한다. 그러나 서로가 원하는 이러한 마음을 부부간에 얻지 못하고 결국 집 밖에서 찾게 되면서 외도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중년의 위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시기의 남녀 각자의 변화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보다 성장하기 위한 고통이자 통과의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요구를 내세우는 상대 배우자에게 빨리 적응하고,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많은 대화를 해야 하며, 서로의 차이점을 인지하여야 한다. 젊은 시절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노력해왔던 지금의 배우자를 애정 어린 눈으로 다시 보라. 지금까지의 삶을 가족과 배우자를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배우자가 무조건적으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뀌길 기대하지 말자. 오히려 나의 노력으로 배우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껴보자. 서로에 대한 기대치는 낮추고, 서로에게 덜 의존하며 각자 스스로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하자. 충분히 가정 내에서 상호간의 이해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데, 바깥에서 외도를 함으로 생길 수 있는 ‘치명적인 인생의 위기’를 피하는 현명함이 부부 서로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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