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왜 ‘문재인케어’ 반대하나

충북도의사회 등 전국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문재인 케어 반대 및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반대 전국 의사 총궐기를 하고 있다.<사진=충북도의사회>

(충청의약뉴스=하은숙 기자) 

■ 의사들은 왜  ‘문재인케어’ 반대하나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의사 3만명(경찰추산 1만명)이 10일 서울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사들이 대규모 집회를 연 것은 지난 2013년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 이후 4년 만이다.

환자부담 줄인다는 '문재인 케어'에 대해 의사들은 왜 반대하고 나섰나.
대통령 공약 중 하나인 '문재인 케어'는 초음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로봇수술, 2인 병실 등 그동안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했던 3800여개의 비급여 진료 항목을 단계별로 급여화하기로 하고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질병의 경우, 진찰료나 입원비로 건강보험에서 보전해주는 돈은 원가의 75% 수준이다. 반면 보험 적용이 안 되는 MRI의 경우 환자로부터 원가의 122%, 유전자 검사는 환자에게서 원가의 159%를 받고 있다. 의사들은 그동안 낮은 건강보험 수가를 비급여 항목 진료를 하면서 보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현실상황에서 보험 적용 항목이 대폭 확대되면 병원 경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비급여 항목이 의사와 의료기관의 주된 수입원이어서 규모가 작은 병원과 동네 의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게 의사협회의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의사들의 염려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의료수가 체계 개선에 관한 의료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귀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30조 투입되는 '문재인 케어'
국민의 의료비 경감을 위해 정부는 전체 의료비의 16.5%에 달하는 비급여 진료비를 단계적으로 급여화해 건보 보장률을 63.4%에서 70%(2022년)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고가인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특진비, 간병 서비스 등에도 보험을 적용한다.

이를 위해 30조60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건강보험이 2011년부터 흑자를 유지해 현재 21조 원의 적립금이 쌓여 있는데 절반(10조원)을 쓰고, 건보료를 매년 3.2% 올리고, 나머지는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보공단 측도 재정 소진이 훨씬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다음 정부에선 52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건보 폭탄’을 우려했다. 내년 예산 심의에서 건보 지원금이 2200억 원이나 삭감돼 벌써 차질이 빚어졌다.

●충북도의사회 입장
충북도의사회(회장 조원일)는 국가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려는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밀어붙이기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안치석 청주시의사협회장은 “‘문재인케어’는 의료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선심성 정책으로 비급여화의 급여화 반대와 재검토를 통해 올바른 제도를 만들어 줄 것을 요구히기 위해 집회에 참석했다”며 “비급여의 급여화는 국민들에게 의료비는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무분별한 의료행위로 나타나 재정파탄과 의료의 질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졸속추진을 비난했다.

그는 “급여화로 일반화되고 동일화된 의료비가 적용되면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지방 환자들이 몰리게 될 것”이라며 “결국에는 지방 병의원의 몰락을 가져올 게 불보 듯 하다”고 지방 병의원의 경영악화를 우려했다.
박흥서 충북의사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비급여에 관한 정확한 시술 종류와 시장규모도 파악하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케어’를 시행하면 의료통제로 인해 환자의 의료 이용 선택권 상실과 실손 보험의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며 “오히려 보장성 악화, 의사들의 창의성 활동인 신의료기술 및 의료기기 적용이 되지 않아 의료의 질 악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행위 증가는 재정악화로 이어져 세금 증가와 건보료 상승의 결과를 초리해 결국 국민과 의사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역설했다.
충북도의사회는 의사들의 적정 의료수가 보장과 현 제도 보완을 통한 비급여의 급여화의 폐단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비급여화의 급여화는 누군가 내야 하는 비용으로 정부 부담금만 늘리면 되는 상황에서 의사들의 수가 적정화는 거론되지 않은 채 의사들에게만 부담을 주게 된다”며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환까지 몽땅 급여화하면 의료 하향 평준화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 제도 하에서 꼭 필요한 필수의료와 재난의료에 대한 제도 보완을 통해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첨단의료기기 도입과 신기술 투자와 같은 의사들의 창조적인 활동들이 급여화 제도로 묶어 놓아 결국 의사들의 자율권이 박탈당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사협회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불가를 주장했다.
안 회장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면허가 없는 한의사가 의료기를 사용하는 것은 법에 위반된 행위로 국민건강과 행복을 위해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고 전했다.

● 충북도의사회 대정부 요구사항
충북도의사회는 '문재인 케어' 반대 성명서에서 △수가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 설정, 유형별 동등한 수가 협상 구조 마련, 수가협상 결렬 시 임금 인상률, 물가 인상률 등 객관적 겅제 지표와 연동, 일차의료를 살리기 위한 요양기관 종별 가산료 재조정 등 급여의 정상화 △의료계와 협의 하에 우선 순위에 따른 보장성 강화, 중증의료, 필수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보장성 강화, 급여전환위원회 신설 또는 급여평가위원회의 의협 참여를 요구하는 전면 비급여의 급여화와  예비급여 전면 재검토 △신포괄수가제 확대 정책 폐기, 급여기준 및 심사기준 전면 수정, 중앙심사조정위원회의 개방적 운영 심사실명제, 의료기관 현지조사 제도개선 등 소신진료를 위한 공단, 심평원의 역할 재확립 △한의약 정책과의 폐지 또는 보건의료정책과로의 흡수, 의과 한의과 건강보험 분리는 물론 명분 없는 한의사의 의과 의료기기 사용 불가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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