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협박 등 주장…자신 감찰 직원 고소 잇따라
충주 여경 ‘강압 감찰’ 논란 확대 속 불만 외부 표출
“논란 편승 명예회복 아닌 징계무효화 의도” 분석도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최근 여경 ‘강압 감찰’ 의혹으로 충북경찰 내부 감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커지면서 각종 비위로 징계처분을 받거나 징계위원회 회부를 앞둔 현직 경찰 간부들이 ‘감찰 과정의 부당함’을 들어 동료 경찰관들을 고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감찰 대상자가 감찰 담당자를 대상으로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최근 ‘강압 감찰’ 의혹으로 경찰청 수사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경찰 내부의 조사가 어떻게 이뤄질지를 놓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충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견책 처분을 받은 도내 한 경찰서 A경감은 최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협박 등의 혐의로 전 감찰계 직원 4명을 고소했다.

그는 징계위에 회부돼 견책 처분을 받은 뒤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청심사위에 소청을 내고, 법원에 행정소송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A씨는 “감찰조사 과정에서 일방의 주장만 듣는 등 부당한 방식으로 감찰을 진행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경찰서 B경감도 지난달 감찰계 C경감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청주지검에 고소했다.

B경감은 함께 근무하는 여경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부하 직원에게 직위를 이용해 부당한 행동을 지시하는 등 ‘갑질’을 한다는 의혹으로 감찰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를 주장하는 여경의 진술을 확보하고, 그의 언행이 품위유지나 성실의무 등을 위반한 사안인지를 검토 중이다. B경감은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감찰 직원들에 대한 이 같은 고소·고발은 비단 충북청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갑질 논란으로 총경에서 경정으로 강등된 뒤 경기남부경찰청에 근무하는 이원희 전 방배경찰서장도 지난 6월 서장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경찰청 감찰 계장을 포함한 4명을 직권남용·직권유기·강요죄로 고소했다.

이들의 고소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그동안 직원들 사이에서 쌓였던 감찰에 대한 앙금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첩보 단계에서 주로 이뤄지는 감찰 특성상 미행과 감시 등 감찰 직원들의 자의적 조사로 인한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 충주 여경 사건으로 ‘강압 감찰’ 논란이 빚어지면서 불만이 밖으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한 경찰관은 “이번 충주 여경 사건으로도 알 수 있듯 일선 직원들을 상대로 일부 부당한 수사·조사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들의 고소는 이런 감찰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내보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의 논란을 이용해 징계를 무효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비위 사실이 드러나 이미 징계가 끝났거나 징계위원회가 예정된 경찰관이 감찰조사에 하자를 문제 삼는 건 명예회복보다는 징계를 무효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강압적인 감찰활동은 반드시 개선돼야 하지만, 징계가 합당한 사안을 뒤집으려는 시도는 경찰관 비위를 바로잡는 감찰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