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얼마 전 송년모임을 갖고 일행들의 손에 이끌려 당구장을 찾게 됐다.

사실 당구장은 학창시절 친구를 만나기 위해 어쩌다 들른 것 외엔 딱히 배우거나 칠 기회가 없어서 가본 기억이 별로 없지만 자욱한 담배연기와 나뒹구는 자장면 그릇,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불쑥불쑥 내뱉는 욕설과 고성이 난무한 곳으로 인식돼 금연을 하고난 뒤부터는 더더욱 꺼려왔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당구장 문이 열리는 순간 사라져 버렸다. 먼저 깔끔한 시설과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고 담배연기 없는 쾌적한 환경에 놀랐다. 어찌된 영문인지 당구장 주인에게 물어보자 “이젠 당구장내에서 담배를 피우면 벌금을 내야한다”며 “손님들 중에는 ‘여기까지 담배를 못 피우게 하냐’며 화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술집이나 음식점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자리 잡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는 지난 3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으로 그동안 흡연구역이던 당구장과 스크린 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애연가들은 흡연의 마지막 보루마저 빼앗겼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마련된 체육시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 자체가 모순일뿐더러 흡연으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일찍이 개정됐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10조에서 규정하는 등록·신고 체육시설로는 골프장, 스키장, 자동차경주장, ,요트장, 조정장, 카누장, 빙상장, 승마장, 종합체육시설, 수영장, 체육도장, 골프연습장, 체력단련장, 당구장, 썰매장, 무도학원, 무도장 등 모두 17개 시설이다. 앞으로 이곳의 관리자 등은 금연구역을 지정하고 금연구역 안내 표지판이나 스티커를 건물 출입구, 계단, 화장실 등 주요 위치에 부착·관리해야 하며 이용객들의 금연구역 내 흡연을 금지해야 한다. 또 관리자 등이 금연구역 지정을 위반했을 때에는 국민건강증진법 34조에 의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실내체육시설 이용자는 동법 34조 및 시행령에 따라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한다. 이는 내년 3월 2일까지 3개월간 계도기간을 갖고 본격적인 지도·단속을 펼칠 예정이다.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는 1182원(26.3%)의 제조원가와 유통마진 외에 소비세, 국민건강증진기금, 지방교육세 등 3318원(73.7%)의 세금이 붙어 흡연은 곧 애국이란 공식이 성립되기도 했다. 하지만 흡연으로 인해 소중한 생명은 물론 의료비, 간병비, 생산성 손실·저하, 미래 소득 손실, 재산피해액, 행정처리비용 등 7조원이 훌쩍 넘는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되기 때문에 결코 애국이 아닌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담배는 본인은 물론 가족과 이웃, 동료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만큼 하루빨리 금연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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