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일부 개정됐지만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시름에 빠진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에게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고 있다.

지난 11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세종 청사에서 전원위원회를 열어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에 의결된 개정안은 1차 전원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농수축산물 선물에 대한 상한액 5만원을 10만원으로 상향시켰다는 것이 핵심이다. 의결에 힘을 실어 준 다른 개정안은 경조사비를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췄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는 현금과 화환을 동시에 하는 경우 각각 5만원씩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입법예고, 차관회의,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된다. 내년 1월 내 최종 결정된다면 설 연휴 전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되면 명절 특수를 누리지 못했던 농어민들에게 만족스럽지는 못하더라도 어느정도 위로가 될 수는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농수축산물을 재료로 50% 이상 사용한 가공 제품도 최대 10만원까지 선물이 가능해져 농수축산산물 가공업계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제한액인 10만 원 이상의 고가 농축수산물은 해당 사항이 없다.

개정안에는 국내산과 수입산 구분에 대해 어떠한 명시도 하지 않았다.

국내 현실에서 선물용 농수축산물이나 가공품이 수입품이 적지 않아 오히려 수입농수축산물과 가공품이 늘어나 국내산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상존하게 된다.

이러한 개정안과 관련된 문제점과는 별도로 음식점을 비롯해 소상공인들은 청탁금지법 개정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부터 제공 한도액이 낮게 정해지면서 소상공인들은 매출하락을 겪고 있으며 심지어 폐업에 이른 이들도 적지 않다.

베이붐 세대가 퇴직하면서 자영업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통계청 조사에서 밝혀졌지만 경기 상황이 녹록지 않고 청탁금지법이 엄격히 시행되고 있어 인생 2막의 부푼 꿈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중소기업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하며 내년 경기 회복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73개사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내년 경제전망 조사를 벌인 결과 300인 미만 기업 절반에 달하는 45.7%가 긴축경영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여기에다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들은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 인상 규정에 따른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길어진 경기 침체에 청탁금지법 그늘, 최저임금 인상 부담감 등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은 삼중고를 겪게 된다.

청탁금지법의 개정이 있기까지 농민들의 강력한 개정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정작 피해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소상공인들이나 중소기업은 말 한마디 못하고 정부의 정책 방향과 법을 따르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점을 간과하거나 단편적 지원책에만 머물지 말고 좀처럼 깨지 못하고 있는 경기 부양을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