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원 충북학연구소장

(김규원 충북학연구소장) 슬슬 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자동차가 아니라 내년 6월 지방선거 말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선거 출마자들의 자격이나 자질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기준이나 원칙보다는 인상評, 개인적인 관계 등을 중심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원칙이나 기준은 물론 이들을 왜 뽑아야 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는 무심한 듯하다.

통상적으로 존경하는 도민 내지 시민군민 여러분이라는 말로 이 분들은 텔레비전이나 광장 연설을 시작하는데 정말 이 분들이 개돼지 취급도 받고 또 때로는 들쥐로도 호명되는 우리들을 존경할까.

하지만 더 이상 따지지는 말자. 설사 존경을 한들 무엇이 달라지며 또한 존경을 안 한다고 해서 투표를 안 할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말이다.

왜들 시장과 군수가 되려고 하는 것일까. 이들에게 인상적으로 읽은 책을 물어보면 십중팔구 다들 다산의 목민심서를 꼽을까.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이나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혹은 정유정의 <7년의 방>을 꼽으면 안될까.

인간의 본질을 꽤 뚫어보는 것도 필요하고 실천적 항목에서의 구체적인 방안도 필요할터니 그 정도로 이 역시 그만 논의하기로 하면서, 다만 <목민심서> 보다는 ‘신아지구방(新我之舊邦)’ 즉 오래된 조선이라는 나라를 통째로 개혁해 보겠다는 뜻으로 저술한 <경세유표(經世遺表)> 마흔 여덟권의 책이 더 더욱 요즘의 시대정신에 맞는 책이 아닐까 싶다.

이른바 새로운 국가경영을 이루기 위한 제도개혁론을 다룬 이 책은 육조와 속아문을 통한 사회경제의 개혁은 물론 지방행정 및 국토, 토지 및 조세 등 제도의 재조정에 대한 다산의 개혁 정신의 핵심에 대해서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은 관직 체계의 전면적 개편, 신분과 지역에 따른 차별을 배제한 인재등용, 자원에 대한 국가관리제 실시, 토지개혁과 부세제도의 합리화, 지방 행정조직의 재편 등 다산이 이 책을 통해 제기하고 있는 개혁안들은 바로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져야만 가능한 것들이라고 한다.

괜히 지루하게 얘기가 전개된 것 같은데 쉽고도 단순하게 말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경세지표>에 제시한 것 하나도 안할 것이라면 시장과 군수는 왜 필요할까에 대한 궁금증과 의문이다.

서울 등지에서 공직도 좋고 열심히 사업 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사람들이 자기 고향에 내려와서 나 이렇게 잘났다라고 하면서 뻐기는 식으로도 읽히는 휘황찬란한 경력들이나 가는 눈 뜨고 보자고 선거를 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터며 아울러 학연, 지연, 혈연이라는 토호의 3종 세트가 난리 부르스를 돌리고 돌리는 스테이지가 지방선거판이 아니듯이 이제는 시장과 군수가 무엇을 하는 자리이며 아울러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제 마음을 툭 터놓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경제가 어렵고 취업이 힘드니 성장을 몇 퍼센트 올리고 취업자를 몇 명 더 하겠다는 양적인 측면에서의 논의도 좋지만 이미 영화 속 표현처럼 많이 묵었다.

누구는 건축과 토목공사만이 지역의 물류가 늘어나고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모든 것이 백일하에 들어난 지금, 지역민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을뿐더러 외형적인, 이른바 보여주기식 성장에만 치중하는 시장과 군수님이시여.

이제 그만 하시고 차량이 씽씽 달리는 터널에 보행자들이 방음, 방진이 되는 벽도 좋고 가을이 오기 전에 상점 간판을 가린다며 멀쩡한 가로수를 가지치기 하지 말고 인도도 없고 차도도 없는 오토바이도 금지 좀 하시고 일년에 주차단속 몇만 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시내는 물론 동네 골목길은 늘 주차지옥인지, 근본적인 고민을 한 후에 효율적인 대책을 제시해주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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