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고교서 정답 적힌 중간고사 문제 출제 이어져
해당 교사·교감 경고·주의 처분…학교에는 ‘기관주의’
복수정답 인정 등 유사 사례도…“관리감독 강화해야”

▲ 청주 운호고에서 3학년 학생들이 2017년 9월 모의평가 시험문제를 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일선 학교에서 정답이 표시된 시험문제가 출제되는 등 중간·기말고사를 둘러싼 말썽이 잇따라 물의를 빚고 있다. 교육당국은 시험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몇 년간 유사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18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9월 도내 한 고등학교의 2학기 중간고사 때 한국사 시험지 끝 부분에 객관식 문항의 정답이 적혀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시험을 치르고 난 뒤 쉬는 시간에 발견됐으며 학교 측은 시험 무효 조치와 함께 이후 재시험을 치렀다.

일선 학교는 교내 지필평가 때 문항마다 배점을 표시하거나 시험지 끝 부분에 도표를 만들어 문항별 배점을 표시하곤 하는데 이번 오류는 담당교사의 착오로 도표에 배점 대신 정답을 표기,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교육청은 출제 교사와 결재라인에 경고 또는 주의 처분을 내렸고, 학교에 대해서는 기관주의 통보했다.

지난 10월에도 청주의 한 고교에서도 정답이 기재된 중간고사 문제지가 배포돼 재시험을 치르는 소동이 빚어졌다. 당시 이 학교 2학년 한문 과목 중간고사 뒷면 시험지 문항에 답이 체크된 사실이 드러나 시험이 5분 만에 중단됐다. 학교 측은 문제의 시험지를 전량 회수한 뒤 이튿날 다시 시험을 치렀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이 학교에 ‘기관주의’를 내리고 해당 교사와 결재권자 등 3명에게 경고 또는 주의 처분 조치했다.

시험지 오류와 관련한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9월 도교육청의 산하기관 감사결과 한 고교가 올해 3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2개 문항을 잘못 출제, 2가지 답을 모두 정답 처리했다가 적발됐다. 이 학교는 2014년부터 출제 오류로 24개 문항을 모두 정답처리하거나 복수정답으로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또 다른 학교에선 서술형 오답을 정답으로 인정한 사실도 밝혀졌다.

2013년에는 청주의 한 고교 시간강사가 기말고사 시험문제를 통째로 유출, 자신과 친분이 있는 학원에 넘긴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고, 2004년에도 도내 한 학교의 기말고사 일부 과목의 문제가 전년과 동일해 재시험이 치러지기도 했다.

시험 오류 관련자에게 행정 처분이 내려지는 등 제재 조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막상 유사사건 재발을 방지할 확실한 대책이 없어 교육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담당 실무자의 능력에 달린 문제일 뿐 관리·감독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지필고사 시험지를 둘러싼 학부모들의 불안도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한 고교생 학부모(53)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학입시에 목을 매는 현실에서 내신 성적을 좌우하는 학교 시험이 오류투성이로 허술해서야 어떻게 학교를 믿을 수 있냐”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 철저한 시험지 관리 등을 주문하는 등 유사사건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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